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3-18 12:06:57
확대축소
공유하기
<편집자 주>
2024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역대급 열기로 시선을 모을 전망이다.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센 가운데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등의 주주 제안이 봇물을 이루고,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표 대결도 예상된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확대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가 지원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곳곳에서 전운이 감도는 ‘벚꽃 주총’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카의 난’으로 불렸던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는 모양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운용과 손잡고 금호석유화학 측에 자사주 100% 소각을 요구하며, 소액주주들을 우호지분으로 결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가 금호석유화학 측에 자사주 100% 소각을 요구하며 3월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나선다. <금호석유화학>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국민연금공단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년 만에 다시 경영권 분쟁에 나선 박철완 전 상무는 22일 열리는 금호석유화학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위임장 수령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의 조카로 금호석유화학 지분 9.13%(개인주주 최대)를 보유하고 있다. 차파트너스 등 이번 연대에 참여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더하면 지분율은 10.88%까지 오른다.
주총을 앞두고 박 전 상무 측은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를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소각하는 안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18.39%에 이르는 막대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높여주자는 것이다.
박 전 상무는 입장문에서 “금호석유화학 미소각 자사주가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고, 이들 자사주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박 전 상무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신 회사 측에서는 보유 자사주의 50%에 해당하는 9.2%를 2026년까지 3년 동안 분할 소각하고 5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를 6개월 내 취득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현재까지는 주총 표대결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찬구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이 약 15.7%로, 박철완 전 상무 측(10.88%)보다 높은 데다,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도 금호석유화학이 제안한 안건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약 21%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회사 측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박철완 전 상무가 표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27%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거 두 번의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이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박철완 전 상무의 패배로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철완 전 상무는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3대 회장의 장남으로,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두 차례나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회사의 배당 확대와 이사 교체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주총 표 대결에서 안건이 부결됐고 상무이사직에서도 해임됐다.
2022년에도 금호석유화학이 책정한 배당금보다 50%가량 높은 보통주 1주당 1만4900원을 제안했으나 주주들의 선택을 받은 데 실패했다.
증권가는 누가 이기더라도 금호석유화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호석유화학 주총 결과에 따라 최소 보유 자사주 50%인 9.2%를 3년 동안, 혹은 100%를 2년 동안 소각하면 기업가치 개선에는 매우 긍정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