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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SEC 기후공시 '잡음' 더 커진다, 지방정부·기업과 환경단체 소송 격화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3-15 13: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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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SEC 기후공시 '잡음' 더 커진다, 지방정부·기업과 환경단체 소송 격화
▲ 워싱턴 D.C. 연방항소순회법원과 그 앞에 세워진 링컨 대통령 석상.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한 기후공시 제도를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전체 주 가운데 절반이 이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미국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까지 가세하며 기후공시 제도가 안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기후공시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 향후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은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순회법원에 SEC 기후정보공개규정(Climate Disclosure Rule)과 관련한 소송을 냈다.

시에라클럽은 SEC가 6일(현지시각) 승인한 기후공시에서 스코프3(공급망 내 탄소배출) 공개 규정이 제외된 것을 문제삼으며 이를 철회하고 원안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2022년 SEC의 기후공시 초안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스코프3가 포함돼 있었다.

시에라클럽은 성명을 통해 “기후리스크는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며 “SEC는 스코프3를 공시에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투자자 보호 의무를 명시한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연방항소순회법원은 미국 전역에 설치된 13개 법원으로 한국으로 치면 고등법원, 즉 2심 법원에 속한다. 다만 연방법에 따르면 연방 정부 기관이 내린 결정이 제소 대상이라면 항소법원에 곧바로 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워싱턴 D.C. 연방항소순회법원은 미국 전역에 설치된 항소순회법원 가운데 가장 권위가 높으며 여기서 내린 판결은 연방 대법원만이 뒤집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2022년 채택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나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가 지난해 6월 승인한 IFRS S2는 모두 스코프3를 포함하고 있어 이번과 같은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다.

시에라클럽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글로벌 3대 기후공시 규정에 스코프3 규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돼 전 세계의 관련 정책과 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환경단체가 미국 정부에서 내놓은 기후공시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에라클럽의 소송은 관계당국이 기후 관련 리스크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 법정의 첫 판례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SEC 대변인은 로이터를 통해 “SEC는 공시 안건을 법정에서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환경단체와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과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관 및 주 정부도 SEC가 기후공시를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힐 등 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시각 15일 기준으로 연방항소순회법원에 SEC 기후공시를 제소한 주 정부는 25곳에 이른다.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법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들은 SEC 기후공시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에서 보장하는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미 SEC 기후공시 '잡음' 더 커진다, 지방정부·기업과 환경단체 소송 격화
▲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상공회의소 건물. <위키미디아 커먼스>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미국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도 14일 SEC 기후공시안을 제5 연방항소순회법원에 제소했다.

톰 콰드만 미 상공회의소 대표 부사장은 로이터를 통해 “SEC 기후공시 최종안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 기업들이 이어온 지배구조에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더욱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텍사스 에너지생산자연맹(AEP), 미국 에너지생산자연맹(DEPA) 등 화석연료 기업 수천 곳이 주축을 이루는 단체도 제5연방항소순회법원에 유사한 내용의 소송을 냈다.

제리 세몬스 미국에너지생산자연맹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의회는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어떤 법도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기후공시는 화석연료 산업을 무너뜨린다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SEC 기후공시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이 이처럼 전국적으로 힘을 받는다면 법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주 정부와 기업단체들이 핵심 근거로 든 수정헌법 제1조가 법원에서 기후공시 철회 사유로 인정될지는 불투명하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로이터를 통해 "SEC는 공시안을 확정하기 전에 미국 연방법원이 SEC 규정들과 관련해 내렸던 과거 판례들을 참고해 연방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제5 연방항소순회법원은 지난해 5월에도 SEC가 새로 승인한 '자사주 매입 규정'이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하는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사유로 제기된 소송을 기각했다.

이처럼 환경단체들은 SEC 기후공시 규정 강화를, 주 정부와 경제단체는 폐지 또는 완화를 요구하며 모두 열띤 공세에 나서고 있다. 반면 SEC는 공시가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보이고 있다.

결국 법원의 판단에 걸리게 된 SEC 기후공시의 향방은 전 세계의 기후공시 제도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준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중요한 변수에 해당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SEC는 워싱턴 D.C. 연방항소순회법원을 통해 “기후공시안은 투자자들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SEC의 권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기후리스크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채택한 것”이라고 변론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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