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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EC 기후공시 시작부터 '삐걱', 지방정부 소송과 환경단체 반대에 직면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3-07 13: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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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EC 기후공시 시작부터 '삐걱', 지방정부 소송과 환경단체 반대에 직면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증권거래위원회(SEC) 현판.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도입한 기후공시 의무 제도가 시작부터 여러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정치권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해당 제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소송이 제기된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지나치게 완화돼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SEC는 이날 2022년 최초로 제안된 기후정보 공개 규정(Climate Disclosure Rule)을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SEC 기후공시는 기업의 스코프 1(직접 배출) 및 스코프 2(간접 배출)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 또는 사업안,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자료도 공시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약 7천 곳의 미국 상장사 가운데 40%가 대상에 포함된다. 900여 개 외국 상장사(FPI) 가운데 약 60%도 해당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제도는 2025년부터 처음 적용되며 2026년부터 일부 조항이 강화된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의 세력이 강한 각 주 지방정부는 SEC 기후정보 공개 규정에 반발해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트버지니아 검찰총장 사무실 대변인 발표에 따르면 앨러배마, 조지아, 알래스카를 주축으로 한 10개 주 정부는 미국 애틀랜타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SEC를 제소했다.

온실가스 배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SEC 기후공시가 기업들에 지나친 부담을 줘 경영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에 위배된다는 이유다.

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 시민들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제기한 소송 내용은 최근 미국 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한 수백 개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 검찰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SEC 규제는 월권 행위”라며 “기업의 기밀 정보를 강제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SEC 대변인은 이번 소송에 관련해 “SEC는 규제의 법적 권위를 지키기 위해 법정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SEC 기후공시 시작부터 '삐걱', 지방정부 소송과 환경단체 반대에 직면
▲ 지난해 9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연합뉴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지방정부와 정반대 입장에 있는 환경단체들도 SEC 기후공시 제도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 행동을 예고했다.

기업들이 공개하도록 의무화된 정보 기준이 당초 논의된 것보다 지나치게 완화되었다는 이유다.

환경단체 시에라클럽 대변인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SEC는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더 강력한 규제안을 새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환경단체는 SEC 기후공시에서 스코프 3(공급망 내 배출) 의무가 빠진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스코프 3는 기업들이 자사 이외에 원료 공급망과 협력사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까지 모두 포함해 공개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 기준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SEC 기후공시가 2022년 처음 제안됐을 때도 스코프 3 도입 여부를 두고 산업계와 정치권의 강력한 반대가 나오며 공시 도입이 지연됐다.

유럽판 SEC 기후공시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RD)에는 이미 스코프 3 공시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미국에도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 정보 공개를 기업들에 자율적으로 맡기도록 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통과된 SEC 기후공시에 따르면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의무화된다.

로라 피터슨 참여과학자모임(UCS) 기업분석가는 가디언을 통해 “SEC의 결정은 중요한 정보 공개를 실질적으로 기업들의 재량에 맡기는 데 불과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다만 SEC 측은 지방정부 및 환경단체 양쪽의 거센 비판에도 공시제도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크렌쇼 SEC 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은 내가 통과시키고 싶었던 것과 동일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다만 이는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렌쇼 위원은 SEC 기후정보 공개 관련 법안에 찬성표를 냈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도 로이터를 통해 “SEC 기후공시는 공개해야 하는 정보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회사와 투자자들에 모두 이익이 되는 규제안”이라며 “특정 진영의 손을 들어주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제도는 단지 정보 공개만을 요구하는 것이며 기업들이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정보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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