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이 사업 전체 영역에 걸쳐 AI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현장에 도입하는 등 인공지능 혁신을 향한 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강도 높은 인공지능(AI) 전환 주문을 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갖춘 롯데정보통신과 시너지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어 향후 인공지능 활용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인공지능 전환' 주문에 부응하는 롯데건설, 계열사와 시너지도 기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이 2월23일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에서 열린 범용인공지능(AGI) 기술개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찬주 오토데스크코리아 전무, 문홍기 PwC컨설팅 대표이사, 박 부회장, 고두영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조원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롯데건설>


7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올 들어 인공지능 전담 조직을 출범하고 건설 분야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는 물론 혁신 스타트업까지 안팎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과 롯데정보통신이 범용인공지능(AGI) 기술 개발을 위해 손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월23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코리아, PwC컨설팅과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하기로 했다.

범용인공지능은 일반 인공지능 수준을 넘어서서 사람의 뇌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구현해 사람처럼 학습하고 추론하고 문제를 인식해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뜻한다.

앞서 롯데건설은 올해 초 AGI를 개발하기 위한 전담 조직 ‘AGI TFT’도 출범했다. 연구개발조직과 사업본부 인력을 함쳐 약 30명으로 구성된 AGI TFT는 △인공지능 업무 자동화 △스마트 인공지능 기술 확보 △신사업 인공지능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한 신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롯데건설과 롯데정보통신의 협업사례는 또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정보통신, 채움솔루션과 함께 스마트 공사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1월부터 현장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발주처 및 파트너사와 작업 진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현장공정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이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현장을 관리할 뿐 아니라 건설현장 자동화를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공지능 고도화를 향한 특명을 내린 만큼 그룹 차원에서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은 1월2일 신년사를 통해 “롯데는 그동안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왔다”며 “이미 확보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인공지능 수용성을 높이고 ‘생성형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1월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한 2024년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도 “혁신의 기회가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강력히 실행해 달라”며 “인공지능을 단순히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혁신의 관점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여겨 달라”고 강조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도 신 회장의 의지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박현철 부회장은 1월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는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과 함께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그룹과 연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미래 우량자산 확보와 함께 건설업 인공지능 신기술 발굴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인공지능 전환' 주문에 부응하는 롯데건설, 계열사와 시너지도 기대

▲  롯데정보통신 CES 2024 부스 전경.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은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지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역량과 연계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건설사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정보통신은 신동빈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핵심 과제 가운데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분석 플랫폼인 스마트리온을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에 적용할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스마트리온은 고객사 내부 데이터와 공공, 민간, 소셜 등 외부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해 고객 맞춤 경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1월 말에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제작한 아이멤버를 롯데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도입하기도 했다. 향후 롯데건설에도 건설지식 챗봇 플랫폼 기술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건설이 계열사 역량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다. 혁신 스타트업 등 외부 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2월 특허출원한 인공지능 단열 설계 검토 프로그램 '인스캐너(INScanner)'는 산업안전 혁신 스타트업 두아즈와 함께 개발했다. 건설 현장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도면을 입력하면 단열 정보를 집중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이 자동으로 단열재 누락 여부를 분석하고 검출한다.

지난해 말에는 두아즈와 인공지능 기반 건설 시방서 질의응답 및 분석 플랫폼(ConGPT) 특허도 출원했다. 건설 시방서(공사 순서를 적은 문서)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어 건설 현장의 복잡하고 다양한 설계기준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롯데건설이 유디엔에스와 함께 개발한 ‘크랙뷰어’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에서 콘크리트의 머리카락 굵기 만한 미세한 균열을 식별하고 크기를 측정해 자동으로 균열을 관리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주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다.

지와이네트웍스와 함께 개발한 '스테이지'도 있다. 타워크레인이나 드론으로 촬영한 건설 현장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공사 진척도를 자동으로 산출해 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