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4-03-05 13: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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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왼쪽)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페이스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4·10 총선에서 서울 강서을 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각자 3선 고지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강서을에 국민의힘 ‘소방수’로 투입된 박 전 장관은 외무·사법고시에 모두 합격한 엘리트로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역임해 정부와 관계를 통한 ‘강력한 추진력’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강서을 현역의원으로써 박 전 장관과 차별화한 ‘지역일꾼론’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강서을에서 3선을 내리 역임한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초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총선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기반인 단단한 김 전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박 전 장관을 향해 "사무실을 그대로 주고 조직, 인프라 등 100%를 다 지원해 돕고 싶다"고 말해 팽팽한 승부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서구는 지난해 11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여권의 ‘수도권 위기론’을 촉발시킨 곳이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출범이 촉발된 곳이다.
강서을에 국민의힘에서는 김성태 전 의원과 박대수 의원 등이 일찌감치 올해 총선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청탁 의혹으로 부적격 판단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에 부담을 느낀 박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곳이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가보훈부 장관을 내려놓고 경기 성남분당을 출마를 염두에 뒀지만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의 공천 경쟁에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박 전 장관은 당의 험지 출마 요청에 영등포을로 공천을 신청했고 박용찬 전 영등포을 당협위원장과 경선이 예정돼 있었다. 그 뒤 “지역에서 신속히 전열을 정비해 결전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며 경선을 포기했다.
한 위원장은 출마를 포기하고 있던 박 전 장관에게 이번 총선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벨트'의 출발점인 강서을 출마를 요청했다. 박 전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수도권 격전지 탈환이란 사명감으로 이번 총선에 나섰다. 무엇보다 당의 승리, 국민을 위한 승리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며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강서을에 출사표를 던진 박 전 장관은 1965년생으로 부산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학사를 받은 뒤 같은 해 제22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외무부 국제경제국 외무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5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서울지방검찰청, 창원지방경찰청, 부산지방경찰청, 서울중앙지방경찰청 등을 거치면서 검사생활을 하다가 2006년 박민식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그의 모친이 2월11일 영화 건국전쟁을 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민식 페이스북 갈무리>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으며 정계에 발을 들였고 같은 해 제18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해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서 3선에 도전했지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고배를 마시면서 변호사로 복귀했다. 21대 총선에서도 전 후보와 다시 한 번 맞붙었지만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박 전 장관은 2021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실 기획실장을 맡으며 캠프에 합류했고 대선 뒤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인 비서실 특별보좌역을 역임했다.
그러다 2022년 제32대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됐고 국가보훈부가 장관급 부처로 격상되면서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에 오르게 됐다. 박 전 장관이 보훈부 장관을 맡은 데에는 부친인 박순유 중령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국가유공자 자녀인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박 전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백선엽 장군의 명예회복을 위해 야당을 향해 장관직을 걸고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다가 여러 논란에 휩싸인 바도 있다.
박 전 장관이 보훈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강서을에서 오랜기간 터를 닦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벽을 넘기는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 의원은 1967년생으로 전북 전주 출신이다.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88년에는 전북대 부총학생회장에 취임했고 군대에 입대한 뒤 군대 내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해결책을 찾다가 육군보안사령부로부터불순조직으로 분류돼 육군교도소에 수감됐다.
국가보안법과 공익건조물방화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4년 6개월의 징역을 살던 중 만기출옥 4개월 전에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장영달 전 의원의 보좌역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대변인을 맡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강서을 지역위원장에 도전에 당선되면서 강서을에 터를 잡았지만 김성태 전 의원의 아성에 낙선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으로 임명된 뒤 2018년 박원순 시장 아래서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에 임명됐다.
21대 총선에 단수공천을 받아 김태우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진 의원은 2022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후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 그를 당선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데에는 김성태 전 의원의 비리와 논란 등이 드러나며 아무런 연고가 없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전략공천되며 승리의 추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지하철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진성준 페이스북 갈무리>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 내 연고가 없는 박 전 장관이 공천되면서 진 의원으로서는 3선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강서을은 김포국제공항과 방화뉴타운이 포함된 지역이다. 강서을은 가양동, 등촌3동, 공항동, 방화동으로 구성돼 있다.
강서을은 고가의 아파트 단지와 공항 인근의 서민층 거주 지역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동별로 정치 성향에 차이가 있다. 가양동은 한강을 끼고 있어 높은 집값 등으로 보수세가 강한 편이지만 한강을 끼고 있지 않은 공항동과 등촌동, 외곽 지역인 방화동은 민주당세가 우세한 편에 속한다.
강서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스윙보트(경합) 지역으로 꼽힌다. 1988년 선거구 획정에 따라 강서을이 생긴 뒤 13~15대 국회에선 보수정당의 후보가 당선됐지만 16·17대에서는 진보계 후보가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 김성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며 3선을 내리 승리했지만 21대 총선에서 다시 민주당이 차지한 만큼 어느 한쪽도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강서갑·병에서는 진보세가 여전히 더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강서을은 최근 잇따라 치러진 선거 결과를 봐도 종잡을 수가 없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6만3855표(48.98%)를 얻어 6만612표(46.49%)를 득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4%포인트 차이로 가까스레 승리를 거뒀다.
바로 뒤 같은 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는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4만7402표(52.90%)를 득표해 4만964표(45.71%)를 얻은 김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7.19%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당선된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실형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자 지난해 10월11일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가 실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실형을 받은 김 전 구청장을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하면서 김 전 구청장이 같은 자리에 재출마하게 되면서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강서구 유권자들은 지난해 10월11일 펼쳐진 재보궐선거에서 다시 출마한 김 전 구청장이 아닌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김 전 구청장은 3만8769표(41.30%)를 얻은데 그쳤지만 진 후보는 5만1033표(54.36%)를 얻어 13.06%포인트라는 큰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