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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인도 출신 나델라 CEO, 어떻게 MS 춤추게 했나?

이재우 sinemakid222@gmail.com 2024-02-2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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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인도 출신 나델라 CEO, 어떻게 MS 춤추게 했나?
▲ 인도 출신의 사티아 나델라는 취임 10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책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에서 리더의 공감 능력을 중시했다. “나는 공감 능력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공감 능력은 자신이 이끄는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키우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페이스북>
[비즈니스포스트] “요즘 실리콘밸리 쪽으로 돌을 던지면 거의 확실히 인도 출신 CEO들이 맞을 것이다.”

한 인도 매체(Global Governance News, 2023년 8월 17일)의 기사 내용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테크업계의 ‘인도 엔지니어 장악 현상’은 더 이상 진풍경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대 기술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티아 나델라), 구글(순다르 피차이) IBM(아르빈드 크리슈나)의 CEO가 모두 인도 출신들이다.

이중에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죽어가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를 소생시킨 ‘공감의 리더십’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2월로 CEO에 오른지 꼭 10년. 나델라는 MS를 세계 시총 1위에 올려놓았다.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기술 분석가인 웨드부시(Wedbush) 증권의 다니엘 아이브스(Daniel Ives)는 “지금 나델라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애플로 돌아와 아이폰으로 반전을 꾀한 스티브 잡스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호주 파이낸셜 리뷰, 2024년 2월 9일)

이렇게 극찬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달리 말하면, 전 세계 많은 CEO들이 나델라에게 배우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위대한 세 명의 비즈니스 혁신가(①피터 피스크, ②비제이 고빈다라잔, ③짐 콜린스)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본다. 

①먼저, 한국 CEO들의 바이블이 된 ‘게임체인저’의 저자이자 선도적인 비즈니스 사상가인 피터 피스크(Peter Fisk). 2020년 1년간 MS에서 리더십 혁신 고문으로 일했던 피스크는 시애틀 외곽 레드몬드(Redmond)에 있는 MS 본사를 처음으로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레드몬드 캠퍼스에 도착한 나는 다양한 해커톤 표지판과 거대한 텐트를 보고 사뭇 다른 문화 방식을 읽을 수 있었다.”(CXO 매거진 기고 글, 2021년 2월 1일) 

아시다시피, 해커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소프트웨어 등 개발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정해진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대회를 말한다. 

나델라는 CEO에 취임 후 조직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매년 모든 직원들이 본사에 모여 일주일간 해커톤을 개최하도록 했다. 주제는 무려 3000가지가 넘었다. 피터 피스크는 MS의 달라진 조직 문화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레드몬드의 마이크로소프트에는 태도와 관행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오랫동안 계속돼 온 자기중심적이며 배타적인 사고는 사라졌다. 전략은 이사회가 아니라 누구나 빛을 발할 수 있는 해커톤에서 논의됐다.”(‘아이디어’, 피터 피스크 저, 인사이트앤뷰) 

사내에 수평적인 ‘해커톤 문화’가 활성화 되고, 예전에는 없던 다양성과 포용성이 MS에 스며들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인도 출신 나델라 CEO, 어떻게 MS 춤추게 했나?
▲ 마이크로소프트의 삼두마차. 사티아 나델라,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하버드 시절 기숙사 같은 층에서 살았다. 게이츠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발머를 사장으로 영입한 건 1998년. 2년 뒤인 2000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두 번째 CEO로 지명했다. <사티아 나델라 페이스북> 
②다음은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의 저자로 유명한 인도 출신의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 다트머스대 터크(Tuck)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고빈다라잔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업이 과거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방법(How Companies Escape the Traps of the Past)’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는데, 거기서 ‘신성한 소(Sacred Cow)’ 개념을 언급했다. 

소를 신성하게 여기는 인도의 전통에서 따온 이 말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죽여서는 안 되는, 또는 비판이나 공격을 해서는 안 되는 조직의 고정관념 및 뿌리 깊게 박힌 관례’를 의미한다. 고빈다라잔은 “나델라는 조직의 ‘신성한 소’에 개의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나델라가 MS의 ‘기존 조직 문화(신성한 소)’를 바꾸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델라 입장에선 MS의 부활을 위해서는 ‘신성한 소를 죽여야(Killing Sacred Cow)’ 했다. 

나델라가 CEO에 오르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MS의 영혼 재발견’이었다. 그는 취임 얼마 후 전 직원들에게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혁신의 속도를 높이려면 우리의 영혼, 즉 우리만의 독특한 가치를 다시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작업은 우리가 지금까지 수행한 어떤 작업보다 대담하고 원대합니다.”(‘히트 리프레시’, 사티아 나델라 저, 흐름출판)

③나델라의 이 말은 세계적인 석학이자 경영 구루인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창안한 ‘비해그(BHAG)’를 연상시킨다. BHAG는 크고(Big), 위험하고(Hairy), 대담한(Audacious), 목표(Goal)를 뜻한다. 

짐 콜린스에 따르면, BHAG는 달성하는 데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거대한 목표를 의미한다. 콜린스는 “진정한 BHAG는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팀 정신의 촉매제(catalyst for team spirit) 역할을 하며, 전 직원들의 노력을 통합시킨다”고 정의했다. 

‘나델라식의 BHAG’는 결과적으로 10년 만에 꽃을 피웠다. 취임 5년 후인 2019년 MS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더니, 올해 1월엔 3조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고지에 올랐다. 그러곤,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했다. 

인도 태생의 나델라가 미국으로 건너간 건 1988년, 인도 마이팔 공대를 졸업한 직후다. 위스콘신대 컴퓨터 과학 석사 학위 취득, 시카고대 MBA 수료를 거쳐 MS에 입사한 것이 1992년이었다. 20여 년 뒤 CEO에 발탁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빌 게이츠의 하버드 친구인 스티브 발머 CEO(2000년 1월 CEO 선임)가 은퇴를 발표하던 2013년 8월 무렵으로 가보자. 당시 MS는 발머의 ‘냉정한 리더십’(피터 피스크의 표현) 아래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MS를 살려낼 구원투수의 전격 등판이 절실했다. 

MS 출신인 노키아의 최고경영자 스티븐 엘롭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선택은 의외의 인물인 인도 출신의 내부 인사 사티아 나델라였다. 나델라가 MS의 세 번째 CEO에 오른 건 2014년 2월이다. 

그때 MS는 내외부적으로 상황이 최악이었다. 외부적으로는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면서 MS의 PC 관련 실적이 저조했고, 막 출시된 윈도우8도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블루칩이던 MS의 주가마저 몇 년째 제자리걸음 상태였다.

주위 시선도 곱지 않았다. MS의 대중적 이미지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비친 것이다. MS는 운영체계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였지만 그 반대로 잔인하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심지어 “우리가 모든 경쟁자들을 죽이고 그들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마이크로소프트 재창조’, 로버트 슬레이터 저, 조선일보사)

내부 사정도 시급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델라는 “조직 문화가 끔찍했다”며 “회사는 병들어 있었다. 직원들은 원대한 계획과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에 신물이 난 상태였다”고 했다. 

노키아 인수로 인한 실패 후유증을 털어내는 것도 급선무였다. 사실, MS 입장에서 전임 CEO 스티브 발머의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 인수(2013년 9월)는 큰 패착이었다. 윈도우를 장착한 윈도우폰 출시를 야심차게 노렸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엔 너무 늦었다. 

나델라가 CEO에 취임한 몇 달 뒤 노키아 인수 협상이 마무리 됐는데, 결국에는 1만8천 명에 가까운 휴대폰 사업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델라와 발머는 비즈니스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윈도우 전략이다. 발머가 MS의 ‘돈줄’인 윈도우에 계속 집착한 반면, 나델라는 당장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윈도우와 결별하고 클라우드와 AI 비즈니스로 전환했다. 

아마존과 경쟁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앞세운 클라우드 비즈니스 확장과 챗GPT를 만든 오픈AI에 대한 투자(오픈AI의 지분 49% 보유)가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나델라를 통해 잭 웰치(전 GE 회장)가 처음 도입한 DYB(Destroy Your Business: 너의 비즈니스를 파괴하라) 전략을 읽을 수 있다. 기존의 잘 나가던 자사 비즈니스 즉, 윈도우를 파괴함으로써 GYB(Grow Your Business: 다른 비즈니스 성장)라 할 수 있는 클라우드와 AI로 나아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델라는 링크드인을 인수(2017년)하면서 소셜미디어로, 액티비젼 블리자드 인수(2022년)를 통해 게임 산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인도 출신 나델라 CEO, 어떻게 MS 춤추게 했나?
▲ 문화는 아침식사로 전략을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이 문장은 그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게 사실이다. 이를테면 “문화는 여전히 아침 식사로 전략을 먹나요?”(Does Culture Still Eat Strategy For Breakfast?)라며 조직 문화와 전략의 우선순위를 저울질해 왔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기 위해 “문화는 아침뿐 아니라 점심, 저녁으로도 전략을 먹는다”(Culture easts strategy for breakfast, lunch and dinner)라는 말로 진화하기도 했다.  
윈도우에 이어 파트너십 전략에서도 둘은 달랐다. 발머가 구글, 델(Dell) 등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던 기업들을 계속 ‘적’으로 둔 것과는 반대로, 나델라는 그들과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하며 상생으로 나아갔다. 한 예를 들어본다. 

2020년 당시 델의 자회사인 VMware(클라우드 전문 기업)의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MS의 애저(Azure) 클라우드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중동 평화 조약(Middle East peace treaty)’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CNBC 2024. 2월 4일) 

나델라는 그렇게 경쟁자도 얼마든지 파트너로 돌려세울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지향했다. 무엇보다 필자가 나델라에게 진정으로 ‘스며든’ 건 이 말 때문이다. 

그는 “CEO는 조직 문화의 큐레이터(The CEO is the curator of an organization’s culture)”라며 “CEO의 ‘C’가 문화(culture)를 의미한다”고 했다. 나델라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공감 능력’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나델라는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는 “문화는 아침식사로 전략을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는 명언을 다시 한번 화두로 던졌다. 

조직 문화를 강조할 때, 이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는 없었다. 여기엔 기업의 운명이나 성공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 ‘전략보다는 조직 문화’라는 암시가 내포되어 있다. 

대개 조직의 리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보다 ‘확연하게 드러나는’ 전략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업 전략을 세울 때는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가 전략보다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전략과 문화가 ‘따로 노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 상황에선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필자는 스티브 발머와 사티아 나델라의 ‘궁극적인 차이점’을 들면서 글을 맺는다. 몸집이 컸던 발머는 컨퍼런스 무대에서 혼자 춤을 추며 수천 명의 군중을 흥분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경영 바통을 이어 받은 나델라, 그는 죽어가던 거대한 코끼리(MS)를 다시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했다. 경쾌하게, 세련되게. 재팬올 발행인 이재우
이재우 발행인(일본 경제전문 미디어 재팬올)은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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