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증가와 주가 상승을 나타내며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더욱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며 실적 호조를 이끌어 큰 폭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자 미국 정부 차원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엔비디아 반도체 공급망이 대만을 비롯한 해외 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기회를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야후파이낸스는 23일 “엔비디아의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발표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21일 지난 분기 매출이 221억 달러(약 29조4천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가 평균 예상치와 비교해 약 8% 높은 수치다.
현재 매출에 가장 중요한 비중을 하지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강세가 지속되며 가파른 실적 증가와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500억 달러(약 66조5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들여 자국 반도체 제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 엔비디아의 가파른 성장은 오히려 위기감을 키울 수 있다.
인공지능과 같은 신산업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명된 반면 이러한 변화에 따른 수혜는 다른 국가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는 전량 TSMC의 대만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공급하는 HBM(고대역) 메모리 등 핵심 부품도 한국에서 제조된다.
결국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외되고 있어 시장 성장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다른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엔비디아의 가파른 성장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미국의 이러한 위기감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의 최근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러몬도 장관은 인텔 파운드리 행사에 원격으로 참석해 인공지능 분야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미국에 이와 관련한 공급망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현재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을 받게 될 기업을 선정하고 심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파운드리를 비롯한 3개 기업에만 정부 지원이 결정됐다.
앞으로 이뤄지는 정부 지원은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된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러몬도 장관이 인텔 파운드리 행사에서 이런 뜻을 밝힌 점, 인텔이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주 성과를 발표한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인텔은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고사양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GPU를 비롯한 주요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구축하는 데 주력하게 될 공산이 크다. 자연히 인텔의 역할도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현재 미국에 신설하는 다수의 반도체공장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100억 달러(약 13조3천억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에서 모든 반도체를 제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지만 인공지능에 핵심인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