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M이 엔비디아와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 수혜 기업으로 인식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이 투자자들에게 엔비디아와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종목으로 인식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RM의 기술이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핵심 제품에 활용되지 않는데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0일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은 당신이 생각하는 인공지능 수혜주가 아닐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ARM 주가는 2월 초 자체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일주일만에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공지능 관련주 상승 열풍이 마침내 ARM까지 확대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ARM은 인공지능 서버용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설계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관련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볼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ARM이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엔비디아 GPU와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GPU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 주로 활용된다. 전 세계 IT기업이 자체적으로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기 시작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RM은 모바일과 서버 등 분야에 사용되는 여러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술을 제공하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GPU에 자체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ARM과 연관이 적다.
블룸버그는 결국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는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 ARM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사업 기회를 찾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ARM이 보유한 반도체 설계 기술은 주로 CPU(중앙처리장치)에 활용된다. 인공지능 서버나 기기를 동작하는 데 필요하지만 인공지능 연산 성능 자체에는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
더구나 ARM은 현재 서버용 반도체가 아닌 모바일용 반도체에서 대부분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과 삼성전자, 퀄컴과 미디어텍 등 거의 모든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업체가 ARM 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버용 프로세서에 활용되는 기술은 아직 대부분 ARM의 설계가 아닌 인텔과 AMD가 주로 사용하는 x86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한다.
블룸버그는 ARM이 모바일과 서버용 시장에서 거두는 매출을 구분해서 공개하지 않는 만큼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서 실제로 얼마나 이익을 보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ARM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ARM의 주요 실적 기반이 여전히 모바일 시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서 수혜를 입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ARM이 과거 사물인터넷과 같은 신규 시장에 진입할 때도 실제로 성과를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 GPU의 역할은 일류급 요리사, ARM 기반 CPU 역할은 식당 관리인에 비유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 시장의 수요는 결국 GPU를 중심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