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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재조명된 '건국전쟁' 이승만과 '길위에 김대중', 영화 이념 전쟁터 되다

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 2024-02-14 11: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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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재조명된 '건국전쟁' 이승만과 '길위에 김대중', 영화 이념 전쟁터 되다
▲ '길위에 김대중' 영화 포스터와 '건국전쟁'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표격 인사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념전쟁 한가운데로 불려나왔다. 영화 '건국전쟁'과 '길위에 김대중'을 통해서다.

여야 주요 인사들은 두 영화를 공개관람하거나 후기를 남기며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를 놓고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우리 사회의 자회상을 보여준다는 시각이 나온다. 

14일 영화진흥위원화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건국전쟁’은 1일 개봉 뒤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38만 명을 동원해 185만 명으로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노무현입니다’에 이어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 분야 흥행성적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현재까지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독립운동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재임 기간 농지 개혁과 같은 업적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인 그의 일생에 주목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여야 주요 인사들은 극장가를 찾아 영화 ‘건국전쟁’과 ‘길위에 김대중’을 관람한 뒤 후기를 남기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를 통해 정치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투영시키는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 시절 당시 영화 ‘재심’을 보며 경찰의 강압수사와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 청소년의 일생을 조명하며 “이런 세상을 반드시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당시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하며 여성대통령으로써 여성에 대한 사회안전망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012년 대선후보 당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본 뒤 “약자를 대하는 지도자의 진정성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했다”고 말하며 지도자의 덕목에 주목하기도 했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도 해당 영화를 관람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이념 전쟁터가 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주연배우 황정민의 열연에 힘입어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은 누적관객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의 봄'이 흥행하자 야권은 이를 현 정권을 군부 독재와 비교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해당 영화 관람을 공개적으로 권유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서울의 봄’을 거론하며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썼다. 군부독재와 지금의 검찰독재는 모습만 바뀌었을 뿐이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은 현재에도 있다”며 서울의봄 영화 관련 게시물을 5건 이상 공유했다. 

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12를 일으킨 하나회를 척결한 것도 우리 당의 뿌리인 문민 정부였다”면서 “우리 당은 과거의 성과는 물론 과오를 함께 끌어안고 오로지 미래를 향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영화 서울의 봄을 이용해 군부 독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덮어 씌우려 하고 있다”며 “국민을 선동해 분열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봄’ 흥행 뒤 진보와 보수의 상징적 인물을 조명한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고 이를 정치적 논쟁의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건국전쟁’에 앞서 지난 1월10일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이 관객 10만 명을 돌파하자 보수 지지층들은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건국전쟁’ 사전예매를 독려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총선 전 재조명된 '건국전쟁' 이승만과 '길위에 김대중', 영화 이념 전쟁터 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서도 가세하면서 역사전쟁에 불을 붙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건국전쟁’을 두고 참모들에게 “대한민국 건국 과정과 그 중심에 서있었던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12일 건국전쟁 관람 뒤 “그분(이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이 미화돼야 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시대적 결단이 있었고 그 결단에 대해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유력 인사들도 SNS에 앞다퉈 건국전쟁 관람 후기를 남기며 보수층 결집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역사왜곡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영화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IT강국으로 갈 기반 만들었다’는 부분을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가로챈 내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과학 업적으로 나로호 개발 및 나로우주센터 등 우주산업 육성과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시키는 등의 업적을 꼽을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끌던 ‘국민의 정부’ 당시 벤처기업에 많은 투자를 해 NHN, 엔씨소프트 등 대표적인 IT기업이 창업에 성공해 IT강국의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김대중 정권 초기 163만 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자는 5년 만에 2600만 명을 돌파했고 700만 명이 안되던 이동전화 가입자도 3200만 명을 넘기도 했다. 

건국전쟁을 관람한 연예인에게 불똥이 튀는 일도 있었다.

가수 나얼은 ‘건국전쟁’을 관람한 뒤 페이스북에 영화 포스터와 함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그 안에 굳게 서고 다시는 속박의 멍에를 메지 말라”는 성경 구절을 적으며 관람을 인증했다. 그러자 야권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나얼 2찍(보수 지지자) 인증이네요’, ‘그렇게 안 봤는데 정이 뚝 떨어진다’며 그의 정치 성향을 비난했고 나얼은 댓글창을 결국 닫았다.

이처럼 현재 정치권 이념 전쟁의 중심에 서있는 두 영화는 양쪽 정당의 지지 세력을 과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고 양극화된 우리 정치의 자화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페이스북에 ‘건국전쟁’ 등 한 인물이 지나치게 부각돼 공적싸움에 매몰되는 현상을 놓고 “여러 사람이 함께한 선행과 악행을 어느 한사람의 ‘영웅’과 ‘악인’이 했다는 식으로 단순화 하여 다수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시각은 '공화주의 역사관'과 거리가 있는 듯 하다”며 “독단적인 ‘영웅만들기’는 ‘우상숭배’이고 독박 씌워 ‘악인 만들기’는 ‘마녀사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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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율
너무나 잘못된 내용으로 만든 선전영화 ;;   (2024-02-14 19:5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