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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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통법 폐지가 점차 가시화하면서 그동안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대리전'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폐지에 속도를 내면서 이동통신 3사가 그동안 진행해온 알뜰폰 자회사를 통한 가입자 유치 대리전 양상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알뜰폰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던 LG유플러스에 제동이 걸리면서, 올해부터 이동통신 지원금 경쟁에 더 초점을 맞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을 목표로 지원금 확대에 초점을 맞춘 단통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단통법 폐지 전, 법 시행령을 개정해 단말기 가격 인하 등 시장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를 상대로 단통법 폐지에 대해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며 “이와 병행해 시행령으로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우선적으로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통신사들의 ‘알뜰폰 대리전’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통법은 통신사가 유통판매점에 차별적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그동안 유통판매점은 통신사가 가입자에 주는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이동통신(MNO)사에서 지원금 경쟁을 통한 가입자 유치전을 하는 대신 알뜰폰 자회사를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펼쳐왔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를 알뜰폰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정체된 이동통신 시장의 돌파구로 알뜰폰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사물인터넷 포함)은 2019년 1분기 10.7%에서 2023년 2분기 33.8%까지 확대됐다. 2023년 말 기준 알뜰폰 가입회선은 632만7천 개로 전년 대비 62.9%나 증가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3년 4분기 알뜰폰이 LG유플러스 무선 가입자 순증의 63%, 가입자 기반의 25%를 차지했다”며 “이에 따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 단통법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알뜰폰업계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되면 LG유플러스 역시 알뜰폰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이동통신(MNO) 가입자 확보 경쟁에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들이 파격적 단말기 할인 혜택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이동통신 3사는 지난 6일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 공시지원금을 크게 올리며 단통법 폐지에 발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생존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며, 정부가 관련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업체는 통신사들의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본격화하면, 이에 대응해 지원금을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자칫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도 알뜰폰 업체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정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단통법 폐지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간담회에서 “자급제폰, 저렴한 요금제로 경쟁하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의 성장 저해 우려가 없도록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 경쟁력을 지원하는 부분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