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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대표가 31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김한길 대표와 함께 재보궐선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야권에서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던 안 대표에게 거센 시련이 찾아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참패로 ‘환골탈태’의 강한 요구를 받게 됐다. 그동안 변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임시땜질로 대응해오다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기회가 없다는 전망조차 나온다.
◆ 김한길-안철수 투톱 4개월만에 붕괴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31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김-안 투톱체제는 지난 3월26일 제3지대 창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한지 4개월여 만에 끝났다. 두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다.
새정치연합은 당헌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 구성 등 비상체제를 이끌게 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하는 선거에 졌다"며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안 대표도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폭풍전야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15석 가운데 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애초 의석수보다 오히려 1석이 줄었고 서울 포함 수도권에서도 박광온 후보만 당선되는 수모를 겪었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1석을 잃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도부 총사퇴라는 초강수로 수습에 나섰으나 참패의 후폭풍이 잦아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 오는 9월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시급히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시간이 촉박한 만큼 비상체제를 가동해 가을 정기국회를 넘긴 뒤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참패의 충격이 워낙 큰 탓에 당의 진로에 대해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계 의원 10여 명이 31일 오전 긴급 조찬회동을 열었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꺼내놓지 못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책임있는 당의 일원으로서 부끄럽고 참회하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다시 나설까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퇴진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문재인 의원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당 중심에 나서지 않았지만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로 꼽히는 ‘친노세력’의 좌장으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 등 거물들이 새누리당의 ‘지역일꾼’에 밀려 침몰한 것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유권자와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면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문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대선후보인 김무성 대표가 일선에 나선 만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문재인 의원이 나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가 리더십의 위기라는 진단과 함께 이런 논리는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참패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당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졌다. 이에 따라 차기당권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당의 정체성과 진로를 놓고 거센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패가 전략공천 실패 등의 원인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야당으로서 신뢰를 받는 데 실패한 게 더 크기 때문이다. 제일야당으로서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인터뷰에서 “혁신을 얘기했지만 아직도 말로만 혁신하고 있다”며 “(이번 패배는) 거기에 대한 국민들의 무거운 심판이라고 보기 때문에 당 대표를 바꾸고 하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새정치연합이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할지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당 중진인 신기남 의원도 트위터에서 "통합을 한 것만으로 할 일을 다한 게 아니었다"며 "명확한 진보노선을 설정하고 진화를 거듭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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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 |
◆ 풍전등화의 운명, 안철수
안철수 대표는 이번 재보선 참패로 가장 타격을 입었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고 새정치라는 명분도 퇴색하고 말았다. 공천과정에서 측근세력까지 줄줄이 떠나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소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3월 ‘새정치’를 외치며 야권통합을 위해 김한길 대표와 한 살림을 차렸다. 안 대표는 이를 통해 제일야당의 수장에 올랐지만 그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안 대표는 지난 4월 통합신당 창당의 명분이 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부반발로 번복해 신뢰를 잃었다. 6·4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과정에서도 윤장현 광주시장의 전략공천을 강행해 당내 잡음을 일으켰다.
안 대표는 이번 선거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전략공천 과정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과 관련해 안 대표는 김한길 대표의 그늘에 가려 제목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는 동작을 출마를 준비하던 최측근인 금태섭 대변인마저 잃었다.
동작을에서 진행된 야권단일화 협상과정에서도 안 대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노회찬 후보는 물론 정의당은 야권단일화에 대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방침을 거듭 요구했지만 안 대표는 후보자 개인의 선택이라며 단일화 협상에서 발을 뺐다.
정치권 일부에서 안 대표가 김 대표와 발을 맞추느라 구태정치 안에 갇히고 말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호랑이는 잡지도 못하고 호랑이에게 먹혔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단수가 높은 김한길 대표에게 너무 의존하다 결과적으로 소중한 정치적 자산까지 잃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당내 세력기반이 약한 만큼 당분간 초심으로 돌아가 독자적 활동으로 만회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안 대표가 토크 콘서트 등 대중과 소통으로 활로를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이런 활동이 안철수 대표로서는 안 대표가 지닌 자산을 축적하는 길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권력의지가 부족해 스스로 주저앉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