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그룹이 주력인 양극재사업에서 당분간 실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주력사업이 '실적 보릿고개'를 지나는 동안 기술력과 공급망 강화에 힘쓰며 실력을 축적하는데 주력한다.
 
에코프로 양극재 보릿고개 한파, 송호준 기술력·공급망 강화로 '와신상담'

▲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열린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하고 있다. <에코프로 유튜브 채널 갈무리>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시장의 위축에 따라 올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며 전기차 제조사들이 생산일정을 늦추고 있는 탓에 배터리 셀 제조사들의 양극재 수요도 단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포드는 에코프로비엠의 NCM9(니켈 비중 90%) 양극재가 들어간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 F-150라이트닝의 연간 생산계획을 기존 주당 3200대에서 1600대로 하향 조정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F-150라이트닝 1600대에 들어가는 양극재는 1만4천 톤 규모로 해당 생산능력(캐파)의 가동률 하향에 따른 에코프로비엠의 매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양극재의 원료 금속 가격 하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지속되고 있다. 

양극재 판매가격은 원료 금속 가격의 변동에 연동되기 때문에 금속 가격이 하락하면 양극재 기업들은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게 돼 마진이 축소된다. 기존 재고자산의 가치도 하락하는 만큼 재고평가손실에 따른 영향도 실적에 반영된다. 

경쟁사인 엘앤에프도 원료 금속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804억 원을 내며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만큼 다수의 증권사들은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재고조정 분위기 속에서 NCM(니켈, 코발트, 망간) 양극재 중심의 판매량 둔화가 두드러졌고 4분기 리튬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반영한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될 것”이라며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2400억 원, 영업손실 373억 원을 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룹 지주사 에코프로의 수장인 송호준 사장은 주력인 양극재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술력을 강화해 시장 경쟁력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송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하이니켈 기술을 보다 고도화하고 미드니켈(OLO),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기술 쿠데타’를 일으키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드니켈과 리튬인산철 양극재는 에코프로가 주로 다뤄온 하이니켈 양극재와 비교해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이다. 전기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전기차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저가형 전기차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어 저가형 배터리 도입을 위해 저렴한 양극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그룹은 저가형 양극재의 본격 출하 시점을 2025~2026년으로 잡고 기술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올해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사장은 소재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공급망 역량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각 계열사를 통해 원료 확보부터 중간 소재, 양극재,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원료 추출 등으로 이뤄진 폐쇄적 순환체계(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해 원료·소재 조달능력과 원가 경쟁력을 함께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송 사장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사 에코프로 아래 글로벌자원실을 신설하고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를 본격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원 개발 경험을 지닌 대기업 종합상사 출신 전문인력도 영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 양극재 보릿고개 한파, 송호준 기술력·공급망 강화로 '와신상담'

▲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잇 사장이 2023년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허개화 GEM 회장과 만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QMB의 2기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에코프로>

신설 글로벌자원실은 광물 가운데서도 니켈과 리튬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니켈 확보는 해외 제련소 투자를 통해 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는 2022년 초 중국 GEM이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하는 니켈 제련소 QMB 지분 9%를 취득하고 연간 6천 톤의 니켈 중간재 MHP를 확보해 뒀다. 

니켈은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에코프로의 주력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기존 양극재보다 니켈 비중을 높여 성능을 향상한 제품이다. 

이와 함께 리튬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는 한편 광산 개발에도 직접 나선다. 리튬은 대부분의 배터리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필수 광물로 전기의 생성·충전에 핵심 역할을 한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앞으로 배터리 원료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고 적극적 해외 프로젝트 발굴을 통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