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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CEO가 한국에 보여준 두 얼굴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7-30 21: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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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릭스 CEO가 한국에 보여준 두 얼굴  
▲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

“주주 중시는 글로벌시대 경영자의 책임이다.”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의 경영관이다.

미야우치 회장은 일본의 대표적 주주 중시론자다. 그는 기업은 주주에게 이익을 주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도 그만큼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스터 규제완화’라는 별명도 얻었다.

오릭스는 1964년 설립됐을 때부터 수익을 우선했다. 1970년대부터 사업다각화와 해외진출에 중점을 뒀다. 그 과정에서 비정해 보이는 일도 했다. 오릭스는 총자산 117조 원에 이르는 거대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해 있다.

◆ 주주이익을 최우선으로 꼽는 기업인

미야우치 회장은 올해 오릭스 입사 50주년을 맞는다. 1964년 오릭스의 전신인 리스회사 ‘오리엔트리싱’이 설립됐을 때 입사했다. 그는 1980년 최고경영자가 되면서 오릭스의 사업다각화와 해외진출을 주도했다.

미야우치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 과감한 대처로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10년 회장을 겸직하게 됐다. 그는 “아침에 출근해 열심히 일하다 보니 50년이 지나갔다”며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위해 일했다”고 회상했다.

미야우치 회장은 오릭스를 경영하면서 주주이익에 가장 높은 가치를 뒀다. 이는 일본에서 유명한 ‘이마이-미야우치 논쟁’에서도 확인된다. 1990년대 중반 미야우치 회장이 이마이 다카시 신일본제철 명예회장과 평생고용을 놓고 논쟁했다.

당시 오릭스 사장이었던 미야우치 회장은 불황이어도 정년을 유지하겠다는 이마이 명예회장에게 구조조정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가져다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논쟁을 통해 일본에서 가장 수익을 중시하는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미야우치 회장은 일본사회에서 ‘미스터 규제완화’로 불린다. 기업이 이익을 얻으려면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1996년부터 약 10년 동안 일본정부의 규제개혁 관련 정책결정에 참여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집권기에 정부 규제개혁을 책임지는 ‘세제개혁 민간개방추진회의’의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미야우치 회장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06년 의장에서 물러났다. 미야우치 회장이 규제개혁을 빠르게 진행하려다 관료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결국 사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야우치 회장은 뒷날 “굉장히 고생하며 열심히 했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변화를 추진한 우리보다 현상을 유지하자는 세력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미야우치 회장은 순수한 기업인으로 돌아오고 2년 뒤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던 오릭스의 수익은 곤두박질쳤다. 1680억 엔이었던 연간 순이익이 금융위기 이후 210억 엔까지 줄었다.

미야우치 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서 직접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오릭스는 매년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했고 지난해 1350억 엔까지 순이익을 회복했다. 금융위기 직전 자기자본의 4.3배였던 부채도 2.3배 수준으로 줄었다.

미야우치 회장은 “순이익은 몇년 내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며 “오릭스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훨씬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야우치 회장은 요즘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진 후 원전을 대체할 사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과 환경 및 에너지 서비스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야우치 회장은 최근 “환경과 에너지는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며 “오릭스가 전문지식을 습득하면 누구보다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미야우치 회장의 말대로 오릭스는 2012년 약 4200억 원 규모의 ‘메가솔라 펀드’를 만들면서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메가솔라는 1천㎾ 이상의 발전능력을 보유한 대형 태양광 발전소를 말한다. 2015년까지 일본 내 5~10개 지역에 발전소를 지어 연간 3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오릭스 CEO가 한국에 보여준 두 얼굴  
▲ 일본 프로야구단 오릭스 버팔로스 구단주인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가장 왼쪽)이 2011년 버팔로스에 입단한 박찬호 선수(가장 오른쪽)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대호 박찬호 이승엽을 영입하다

오릭스는 해외사업에 상당한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익의 약 40%와 매출 30%가 해외에서 나온다. 미야우치 회장은 오릭스가 1974년 싱가포르에 진출했을 때부터 꾸준히 해외사업 비중을 늘렸다.

오릭스는 한국에도 상당한 신경을 쏟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대한생명 등 한국기업에 투자한 돈은 약 2조 원에 이른다. 첫 진출을 시도한 때도 1975년으로 역사가 길다.

미야우치 회장은 ‘기업 메세나’를 통해 오릭스의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메세나는 문화와 스포츠를 기업이 후원하는 활동을 뜻한다. 해외진출이 잦은 오릭스 특성상 기업 메세나를 통해 오릭스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미야우치 회장은 지난 5월 말에 사흘 동안 열린 일본 인기 오케스트라 ‘뉴재팬 필하모닉’ 내한공연을 직접 후원했다. 그는 2006년 4월부터 뉴재팬 필하모닉 이사장으로 일하며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미야우치 회장은 오릭스가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2010년 이후 박찬호, 이승엽, 이대호 등 유명 한국 야구선수들이 일본 프로야구단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그는 1988년 버팔로스를 인수해 기업 메세나의 일환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오릭스 사명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야구단을 인수했으며 실제로 단기간에 회사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야우치 회장은 “오릭스는 한국에서 장기간 사업을 하고 있다”며 “(기업 메세나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경제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좋은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릭스는 해외사업에서 좋은 파트너를 찾아 장기간 비즈니스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이기는 전략을 따른다”고 말했다.

◆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악연 맺다

그러나 미야우치 회장은 지난해 STX에너지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말과 전혀 다른 행태를 보였다. 그는 오릭스가 2007년 STX엔파코에 195억 원을 투자하면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알게 됐다. 그뒤 부부동반 휴가를 같이 가는 등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이 2012년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미야우치 회장은 STX그룹의 구원자로 등장했다. 오릭스를 통해 STX에너지 지분 43.1%를 사들이며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미야우치 회장은 STX그룹의 성장과정과 사업모델을 높이 평가하며 강 회장을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오릭스와 STX그룹 간에 STX에너지를 놓고 분쟁이 벌어지면서 미야우치 회장은 태도를 바꿨다. 그해 7월 STX에너지의 경영권은 오릭스에게 넘어갔다. 강 회장은 당시 “STX에너지만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고 울분을 토했다.

오릭스가 STX에너지를 인수하자마자 바로 지분 매각에 나선 것도 미야우치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오릭스가 인수 후 1년 동안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미야우치 회장은 반일감정이 높은 한국 사회간접자본(SOC) 자산에 투자금 6300억 원을 놓아두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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