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4분기부터 들어선 정유 업황 침체에도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샤힌 프로젝트를 흔들림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에 앞서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자금을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올해로 계획했던 외부 차입금 유치를 지난해 3분기 이미 상당부분 마무리했다.
▲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가 정유업황 침체에도 샤힌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한다. <에쓰오일> |
12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 외부 차입금은 지난해 2조 원 가까이 확보됐다. 대주주 차입금과 은행 대출 성사 덕분이다.
에쓰오일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정기 공시 자료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최대주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7800억 원 규모 최대주주 대여금 주요 조건 협의를 완료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로 한 1조 원은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3분기 차입약정 체결을 완료했다.
에쓰오일은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샤힌 프로젝트가 여타 석유화학 시설 대비 탄소배출이 낮을 것으로 평가된 점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시중금리보다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남은 8700억 원은 샤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고려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립하는 계획으로 2022년 11월 투자 설명회에서 발표한 전체 투입 자금 규모는 9조258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약 29%에 해당하는 2조6500억 원은 향후 매출 변동 등을 고려해 외부에서 유치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가운데 1조7800억 원이 지난해 3분기 조기 조달된 것이다.
에쓰오일은 당초 외부 차입금 유치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고려해 2024년부터 수행하는 쪽으로 계획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업황 침체에 앞서 진행된 것이기도 하다.
올해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정유 업황이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에쓰오일도 업황 침체 때문에 정유 부문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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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울산시 울주군에서 열린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사진. <에쓰오일> |
증권사마다 편차는 있으나 대체로 정유 부문에서 약 2천억 원 이상 영업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바라봤다. BNK증권에서는 12일 리포트에서 최대 2682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제 마진 약세가 지목됐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판매한 비용에서 원유 구매 비용과 가공 비용을 뺀 수익금을 말한다.
대신증권 10일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 마진은 1배럴당 1.3달러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3분기에
10.5달러였던 데에 비교하면 9.2달러 급락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제마진은 1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은 4분기 들어 금리 급등, 경기둔화 우려로 급락했고 유가도 동반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된 것이 정유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체로 올해 정제마진은 중국과 인도 시장 수요 감소 등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신증권은
올해 정제마진이 1배럴당 평균 2.2달러로 지난해 평균 4.73달러 대비 53.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쓰오일은 이러한 업황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샤힌 프로젝트 외부 차입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시대에 대응하여 샤힌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 중”이라며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