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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롯데케미칼, 재점화한 계열사 유동성 위기설로 재무구조에 '시선'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4-01-05 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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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설에 롯데건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재무 상황에 업계의 시선이 가고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당장의 실적 반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 등 과제가 산적한데다 9조 원대 차입금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갈 길 바쁜 롯데케미칼, 재점화한 계열사 유동성 위기설로 재무구조에 '시선'
▲ 롯데케미칼이 재점화한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에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우려가 나오는 롯데건설이 실제로 자금난에 빠지면 롯데케미칼로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5일 신용평가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확산하고 있는 건설업계 PF 우발채무 우려가 ‘10대 건설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사업의 사업성 및 장래의 현금흐름을 내다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이다. 우발채무란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발동하는 부채를 말한다.

전날 한국신용평가가 ‘2024년 한국신용평가 인더스트리아웃룩’ 웨비나에서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은 건설사 4곳 가운데 PF 우발채무와 관련한 건설사는 롯데건설과 GS건설, 신세계건설이다. 여기에서 롯데건설과 GS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각각 8위와 5위다.

최근 건설사들은 지금처럼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예정된 PF 사업의 지연, 이에 따른 금융비용 누적 등으로 우발채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 리스크가 대형 건설사에도 덮친 것이다.

특히 롯데건설은 전날 하나증권으로부터도 PF 우발채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조2천억 원 규모의 미착공 PF(브릿지론) 규모의 구체적 상황과 비교해 현재 현금성자산(2조2591억 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2조1천억 원) 규모를 따지면 리스크가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미착공 PF가운데 서울 이외의 지역이 2조5천억 원으로 추정됐다. 서울 밖에서는 청약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미착공 PF가 낮은 위험도를 지닌 본PF(착공)로 전환하는 데 보수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3조2천억 원 규모의 미착공 PF의 우발채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금조달 계획이 서 있고 지방 미착공 PF 사업장도 부산 해운대구 등 분양성이 우수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차입금 및 부채비율 감소 등으로 재무 안정성을 높인 점, 단기 차입금의 대부분 연장협의가 완료된 점 등을 바탕으로 PF 우발채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면 롯데케미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월30일 기준 롯데건설의 지분 44.02%(보통주 1481만998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케미칼은 실제로 롯데건설의 자금 문제에 직면하면 가장 먼저 롯데건설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재무적으로 과제가 하나 늘어나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1년 2개월여 전에도 같은 문제로 롯데건설의 도우미로 나선 적이 있다.

2022년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에 따른 건설시장 PF 자금시장 경색 탓에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단기차입을 진행했었다.

이때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2천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롯데케미칼은 당시 지분율(43.79%)에 따라 876억 원가량을 롯데건설에 출자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곧바로 롯데건설에 5천억 원도 3개월간 대여했다. 롯데케미칼은 “당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건설의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금전대여를 결정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이 롯데건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3천억 원을 단기(3개월) 대여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에서 1달 사이에 롯데건설로 9천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물론 롯데건설 등 건설업계 전반으로 실제 PF 우발채무 우려가 현실화할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혀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점, 2022년에도 건설업계 PF 우발채무 문제가 있었던 점 때문에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기업들의 자세한 설명을 보면 최근 우려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롯데건설은 (태영건설처럼)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지난해부터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롯데건설 상황은 롯데케미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갈 길 바쁜 롯데케미칼, 재점화한 계열사 유동성 위기설로 재무구조에 '시선'
▲ 최근 신용평가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PF 우발채무 우려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10월 롯데케미칼을 놓고 “롯데건설의 유동성 대응 현황 등 단기대여금의 적기 회수 가능성을 기업어음 정기평가 때 면밀히 점검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대여금 등으로 엮여 있지 않지만 PF 우발채무 우려 속에서는 롯데건설의 재무역량이 롯데케미칼 신용도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2022년(영업손실 7626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현금 창출력이 악화한 속에서도 롯데케미칼은 2조7천억 원 규모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투자를 멈추지 않으며 새 성장동력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이 탓에 재무부담은 크게 늘어난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은 2022년 말 6조1679억 원에서 2023년 3분기 말 9조4674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이자비용은 올해 1~3분기에만 2660억 원까지 불어났다. 2022년 전체 이자비용은 1499억 원이었다.

투자할 곳도 적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자본적지출(CAPEX)을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라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3조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봐도 2030년까지 재활용 소재 100만 톤 이상 판매, 배터리소재 사업 매출 7조 원 달성, 수소 사업 매출 3조 원 달성 등을 목표로 세우고 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수소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는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공언한 상황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아직 실적 개선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적으로는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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