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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자 끌어안기' 힘줘, KB 미래에셋 NH투자 자산관리 전문가 중용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3-12-27 15: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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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권사들이 연말 잇따라 조직개편을 통해 WM(자산관리) 부문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주식 거래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만만찮아 힘줬던 기업금융(IB)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일변도에서 벗어나 고액자산가 끌어안기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부자 끌어안기' 힘줘, KB 미래에셋 NH투자 자산관리 전문가 중용
▲ NH투자증권이 WM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WM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의 수익 구조는 크게 브로커리지(투자중개), IB(기업금융), 자기매매, WM으로 이뤄진다. WM이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 자문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취득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8일 WM 조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리테일(개인금융) 부문에서 기존 PB(프라이빗뱅커) 본부와 WM사업부를 통합해 PWM(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이를 통해 HNW(High Net Worth Individual, 고소득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집중해 나간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통상적으로 IB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뽐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새해를 앞두고 시행한 조직개편에서 WM에 새로 힘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전날엔 WM센터와 PWM 부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신임 대표에 WM 전문가를 올림으로써 역량 강화를 꾀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지난 14일 KB증권은 박정림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이홍구 현 WM영업총괄본부장 부사장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그동안 안정적 WM 수익구조를 구축했으며 관리자산 규모를 꾸준히 증가시키는 등 WM 부문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이에 WM 사업의 구조적 전환에 속도를 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6일 허선호 부회장을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역시 미래에셋증권 내에서 WM사업부 대표를 맡아오던 인물로 WM 사업 강화, 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 WM 사업 전반에서 혁신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한편 유진투자증권이 종합 WM 강화를 위해 전날 대구지점을 확대 이전하는 등 지점 영업을 중심으로 WM 역량 강화를 꾀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증권사 '부자 끌어안기' 힘줘, KB 미래에셋 NH투자 자산관리 전문가 중용
▲ 유진투자증권은 종합 WM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대구 지점을 이전확대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처럼 증권사들이 WM 부문에 중점을 두는 배경에는 증권업계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각 부문에서 증권사들이 내는 수익의 비중은 브로커리지 30%, IB 30%, 자기매매 30%, WM 10%로 WM의 비중이 가장 낮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액자산가 수가 늘면서 WM이 증권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고액자산가 수는 45만6천 명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2022년(8.0%)에 기록했던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간 것이다.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스위스의 UBS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백만장자 수는 84만9천 명으로 2000년과 비교해 23배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아프리카에서도 백만장자 수가 10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WM 사업의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산배분, 절세, 은퇴설계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면서 평균적으로 자산당 연 1%의 수익률을 얻는다. 자문의 특성상 자본이 거의 들지 않으며 규모가 커지는 경우 마진율이 최대 25%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관계를 맺으면 WM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점도 안정적인 수익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증권사들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수익이 부진한 점도 대안으로서 WM 사업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할 것 없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사업이 악화되자 금융투자사들이 대체 먹거리로 WM에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글로벌적으로 고액자산가들의 증가 추세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는 글로벌 WM 시장 규모가 현재 130조 달러(약 17경 원)에서 2030년 230조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노후 대책과 연금의 중요성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 시행됐다는 점도 WM 수요를 더욱 키울 공산이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내년 국내외 증시가 상승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 고액자산가들의 WM에 대한 러브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증권사 가운데 기존의 WM 강자로 삼성증권이 꼽힌다. 박종문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WM 부문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국내 WM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내년 증시 상승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부동산 업황은 반등의 기미가 적어 증권사들의 WM 사업을 향한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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