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급물량 축소를 뼈대로 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 ‘이상과열’ 양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과열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시장, 가계부채 대책에도 ‘이상과열’ 지속  
▲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당분간은 시장을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값이 0.23% 오르며 주간변동율로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시장 과열조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 1.4차와 현대사원아파트의 경우 일주일 사이에 호가가 5천만 원이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신규 분양시장과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대한 투자열기가 꺾일 만한 별다른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집값이 2006년 급등기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거래량과 가격 상승추세가 모두 공격적이라 과열은 과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들어 집값이 2억~3억 원씩 올랐다”며 “최근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은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질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능수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도 “서울 및 외곽의 주요 택지지구 내 청약 경쟁률이 높은 것은 실수요자보다 투자수요가 많이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연말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8.25대책’ 은 주택 신규 분양물량을 줄여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늦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주택공급물량 축소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신규 분양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청약 경쟁률은 높지만 초기 계약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함 센터장은 “수천만 원의 웃돈을 노리고 일단 무조건 청약을 넣고 웃돈이 붙으면 계약을 하고 안 붙으면 계약을 포기하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 보유 6개월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묻지마 청약’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과열양상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세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초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자 대출을 받아 웃돈이 붙을 만한 곳에 돈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실수요자가 70%, 투자자가 30% 정도였다면 지금은 투자자가 60%, 실수요자가 40% 인 상황”이라며 “최근 부동산시장은 아파트 분양권이 ‘로또’가 돼버린 비이성적 과열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최근 시장은 매물이 없어도 호가가 치솟고, 빌딩이나 오피스텔 공실률이 높아져도 매매가는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며 “단기 급등지역에 대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지켜보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계속 약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만 좋을 수는 없다”며 “뜨거운 투자심리가 1년 이상 더 지속되긴 어려운 만큼 실수요자들은 내년 말이나 2018년 초까지 관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