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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의 한국 추격 빨라진다, '무어의 법칙' 시대 종말이 기회로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12-14 16: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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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의 한국 추격 빨라진다, '무어의 법칙' 시대 종말이 기회로
▲ 무어의 법칙이 힘을 잃으며 반도체 기술 개발에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 등 선두 주자들과 기술 격차를 좁힐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반도체 참고용 이미지. < CXMT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시장에서 '무어의 법칙'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한계를 맞아 더 이상 눈에 띄는 수준의 기술 발전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자연히 창신메모리(CXMT)와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같은 상위 반도체 기업의 기술력을 추격하는 일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반도체 1위 업체인 창신메모리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창신메모리가 현지시각으로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69회 연례 IEEE 국제전자소자학회(IEDM)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은 반도체 내부에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는 구조를 뜻한다. 기존에 쓰이던 3차원 구조인 ‘핀펫(fin-fet)’보다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3나노 파운드리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삼성이 해당 기술을 상용화한 지 약 1년 6개월만에 중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선 셈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인 윈본드 소속 메모리반도체 전문가인 프레드릭 첸은 창신메모리의 논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질문에 “중국 회사가 최신 반도체 기술 확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라고 답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발전은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11월29일 중국 기업 가운데 최초로 고부가가치 모바일용 D램인 LPDDR5을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를 두고 “창신메모리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두 업체와 격차를 좁혔다”고 평가했다. 

다른 중국기업인 화웨이도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를 통해 제조한 7나노 모바일용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60’ 스마트폰을 8월에 선보였다.

7나노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TSMC 등 선두 파운드리 업체가 2019년 양산을 시작한 기술인데 SMIC가 미세공정 기술 격차를 약 4년 정도로 좁힌 셈이다.
 
중국 반도체의 한국 추격 빨라진다, '무어의 법칙' 시대 종말이 기회로
▲ 반도체 기업들은 패키징 등 상대적으로 보조적 성격이 강한 기술에 투자해 무어의 법칙 둔화를 극복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패키징 기술인 I-CUBE 2.5D Package를 홍보하는 영상을 갈무리. <삼성전자>
닛케이아시아는 13일자 보도를 통해 무어의 법칙이 반도체 시장에서 점차 힘을 잃으며 중국 업체들이 선도업체를 추격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가 제시한 무어의 법칙은 ‘2년마다 반도체에 집적하는 트랜지스터 수가 2배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의미가 달라져 반도체 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을 폭넓게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3나노와 2나노 등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 분야에서 개발 주기가 길어지면서 무어의 법칙이 한계를 맞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0나노와 7나노, 5나노와 3나노 공정을 대체로 약 1~2년 주기로 선보였다. 

그러나 이후 공정인 2나노 도입 예정 시기는 3나노를 상용화한 지 3년 뒤인 2025년으로 계획되어 있으며 2027~2028년경 도입하는 그 다음 공정은 1.4나노로 기술 개선폭이 줄었다.

반도체 크기를 소형화하는 기술에서 물리적 한계에 직면해 개발에 필요한 시기는 길어지고 발전 속도도 늦춰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은 메모리반도체 등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자연히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로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선두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TSMC의 연구개발 책임자였던 치앙 샹이는 닛케시아시아를 통해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하며 중국과 같이 반도체 경쟁에서 쳐진 국가들에 추격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추격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례로 SMIC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중앙정부와 상하이시 지방정부 등에서 모두 240억 달러(약 31조1169억 원)를 지원받아 이를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쏟아 부었다. 

같은 기간 SMIC가 반도체 사업으로 거둔 매출액보다 큰 규모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와 TSMC가 후공정인 패키징 공법 등 보조적인 기술에 투자를 늘리면서 무어의 법칙이 둔화되는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중국 기업들도 같은 시도를 하고 있어 기술 차별화가 갈수록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반도체 생산설비 건설기업인 대만 노바테크놀로지의 데이비드 마 회장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패키징 기술은 진입장벽이 낮아 반도체 기술 격차를 줄이려는 중국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또 다른 기회요인”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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