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명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누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로 임무를 부여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합의했다.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 전환을 결정한 이유를 두고 “당 대표가 궐위했을 때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열 수 있도록 (당헌·당규에) 돼있지만 현실적으로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비대위 체제를 빨리 구성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대위원장에 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공감할 수 있는 당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자를 골라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중진 의원들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갖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번 더 논의해 그 기준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비대위원장이 당의 간판이 돼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지명도나 정치적 비중이 큰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지명도도 높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현직인 한 장관이나 원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당장 비대위를 꾸려야 하는데 국무위원이 사퇴해 비대위원장을 맡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각에 있는 분들이 지금 이 시점에 비대위원장으로 올 거면 바로 사퇴해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이런 가운데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이나 원 장관은 지지층 확장성에 있어서 의문이 든다”며 “비대위로 간다면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분, 예를 들면 인요한 전 위원장 같은 분이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 원로들 사이에선 정치경험이 풍부하고 국민의힘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도 떠오른다. 권영세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김영삼민주센터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의 자질과 관련해 "우리 당의 내부 사정과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당 비대위원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이날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합동 북콘서트에서 비대위원장 요청이 온다면 수락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나 전 의원과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권 의원은 비대위원장에 거론된다는 물음에 "영광이지만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 비대위원장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지만 ‘총선 승리’가 최우선 기준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기현 대표의 사퇴나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도 쇄신 이미지 없이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악마라도 데려와서 (비대위원장을)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과거에도 기존 지도부가 무너지고 비대위로 전환해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경험도 있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는 성공한 비대위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열린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2011년 12월 홍준표 대표 체제를 박근혜 비대위로 바꿨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개혁 공천의 일환으로 현역 의원의 25%를 공천 대상에서 원천 배제했다.
박근혜 비대위가 혁신 이미지를 선점한 결과 그 전까지 불리하다고 평가받던 판세를 뒤집었고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인 152석을 차지했다.
다만 한동훈 장관을 비롯해 현재 거론되는 비대위원장 후보들을 살펴봤을 때 2012년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을 재현하기란 쉽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당시 박 전 대통령처럼 기존 주류 세력과 맞서는 이미지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당정관계의 변화가 먼저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비대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상 계엄사령관 같은 역할”이라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금기시돼있던 말들도 해야 된다”고 바라봤다.
나경원 전 의원도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것이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당 지도 체제 확립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안에 비대위를 출범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일 소집될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모은 뒤 비대위원장 후보군 인선 작업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꾸려진 정진석 비대위도 9일 만에 출범한 바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