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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첫 적용 불명예는 피해야 한다, 은행권 내부통제 긴장감 고조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12-11 1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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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첫 적용 불명예는 피해야 한다, 은행권 내부통제 긴장감 고조
▲ 금융회사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사 임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뼈대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업이 기본적으로 신뢰의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내부통제 실패로 책무구조도를 처음 적용받는 불명예를 안는 은행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11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배구조법이 8일 일사천리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데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이 올해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처음 도입을 공식화한 개념이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통과까지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속도감 있는 지배구조법 개정안 추진을 위해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입법을 선택했다.

야당인 강민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2020년 12월과 올해 3월 각각 발의한 상태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당국의 주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9월11일 발의하며 국회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정무위는 11월21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와 11월30일 전체 회의를 거치며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을 각각 부의하지 않고 내용을 통합해 위원회 안으로 본회의에 올리기로 했고 결국 개정안은 7일 정무위원장 발의로 본회의에 부의돼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인 윤한홍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된 지 약 3개월 만에 여야가 힘을 합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 지속해서 은행권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적발된 점도 개정안 통과 여론에 힘을 실었다.

정무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금융권 내부통제 실패 이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감에서도 계속해서 질의가 나왔던 사안”이라며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권의 책임 강화 필요성은 이미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어 이견 없이 법안이 빠르게 처리됐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번 개정안 통과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개정안은 공포 뒤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돼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된다.

또한 금융지주와 은행은 법 시행 이후 6개월 안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금융투자업자 및 종합금융회사는 책무구조도 의무 제출 기한이 이보다 6개월 늦다.

은행과 금융지주가 선제적 도입에 대한 부담을 안은 셈인데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오히려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낼 계획을 세웠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7월 책무구조도의 선제적 도입을 공식화한 데 이어 KB금융도 조기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개정안 시행 이후 법적 시한인 6개월보다 빠르게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책무구조도' 첫 적용 불명예는 피해야 한다, 은행권 내부통제 긴장감 고조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6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이를 위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미 내부통제제도 개선을 위한 외부 컨설팅과 함께 내부 TFT(태스크포스팀)도 꾸렸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은행의 책무구조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은행뿐 아니라 금융지주 전반의 내용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를 한 부서가 정할 순 없다”며 “향후 책무를 나눌 때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도 내부 TF를 꾸리고 외부 컨설팅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은행권에 책무구조도를 기반으로 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다들 책무구조도의 첫 사례 적용에 대한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대표이사(CEO)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만큼 금융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법 시행 이후 1호 대상 기업이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 제조업이나 중공업보다 업체 수가 월등히 적은 은행권은 현재 상황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은행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내부통제 실패로 책무구조도에 따라 임원이 제재 받는 첫 사례가 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신뢰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을 때도 산업현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며 “금융권은 기본적으로 1번타자로 걸리는 데 큰 부담을 안고 있어 책무구조도가 본격 적용되기 전부터 지주와 은행은 조심 또 조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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