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민 전 행장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함께 골프여행을 다녀온 골프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행장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했는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기 시작한 뒤 우여곡절 끝에 박 회장이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받은 시기와 겹친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유 골프장에서 만났나
검찰은 6일 민 전 행장, 송 전 주필, 박 대표가 중국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정황을 포착하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8월 중국 웨이하이에 있는 골프장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이 다녀온 골프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유의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골프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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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이 골프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12월 인수해 ‘웨이하이포인트 오션사이드 골프&리조트’로 이름을 바꾸고 1년이 넘는 개보수공사를 거쳐 2008년 8월 개장한 곳이다.
이에 대해 민 전 행장이 고문으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민 전 행장은 당시 웨이하이에 있는 다른 골프장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10억 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2009년 유동성 위기에 처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앞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접근해 민 전 행장과 친분을 이용해 자금난을 해결해주겠다며 30억 원 규모의 홍보계약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약금 명목으로 박 대표에게 10억 원을 건넸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 사기혐의를 적용했다.
박 대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접근한 시기에 이미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처리 방침을 확정해 박 대표의 구명활동에 실질이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두 달이 지난 뒤 민 전 행장과 박 대표가 중국 골프장을 다녀왔는데 이 골프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유의 골프장일 경우 그 뒤 벌어진 박 회장에 대한 산업은행의 특혜논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는 데 산업은행의 특혜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같은해 12월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금호석유화학와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박 회장도 이듬해인 2010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과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하면서 여러 차례 특혜의혹에 시달렸다.
◆ 그룹 해체 위기에도 경영권 보장받아
채권단은 금호아시아그룹이 사실상 해체돼 각자 살 길을 찾아가는 상황에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박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줬다.
박 회장은 2010년 3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자리와 금호산업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그룹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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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
박 회장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그룹 회장에서 내려온 지 1년4개월여 만인 2010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복귀했다.
그 뒤 2013년 11월부터 순차적으로 금호산업 대표이사,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 오르며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2010년 2월까지만 해도 “금호산업에 대한 경영권 보장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을 유지하지만 실질적 경영은 채권단이 임명하는 대표이사가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호산업 대표이사는 김성산 전 대표, 기옥 전 대표, 원일우 전 대표 등 박 회장의 측근들이 맡았다.
법원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사실상 지배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2012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낸 금호석유화학의 계열제외신청 거부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하며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의 위임에 따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일상적 경영만 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추천한 인물이 금호산업 대표이사에 선임될 수 있도록 박 회장과 약정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금호산업의 조직변경이나 경영전략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박 회장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당시 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을 비교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 회장에게 회사부실의 책임을 오너가 책임져야 한다며 경영을 맡겼는데 강 회장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STX조선해양 노조는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대해서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반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간섭이 약한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에 대해서 경영진 교체를 일방통보하는 것은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 우선매수청구권 받아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성공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 대해선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해 그룹을 되찾을 수 있는 길까지 터줬다.
박 회장은 지난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금호산업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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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산둥성에 있는 웨이하이포인트 전경. |
박 회장은 2012년 2200억 원의 사재를 털어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산업은행은 2013년 그 대가로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워크아웃이 시작되던 2010년 초 이미 합의를 통해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청구권을 보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사실상 경영권 확보를 보장하는 수단이나 마찬가지다. 삼양식품, 한라건설, 한진중공업 등 2000년대 이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인수전에서 거의 대부분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쪽이 승리했다.
박 회장이 부여받은 우선매수청구권은 은행연합회가 정한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관리와 매각준칙’에 따른 것이다.
매각준칙 제12조(옛 사주에 대한 경영권 부여) 1항에 따르면 부실책임이 있는 옛 사주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되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
이 때 매각준칙은 법률처럼 강제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경영정상화 노력의 판단잣대도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2013년과 2014년 각각 자율협약에 들어간 STX조선해양과 동부제철에 대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자 “박 회장은 수천억 원의 사재를 내놓으면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려 했지만 강 회장은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과거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에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당시 현대그룹이 정몽헌 회장이 44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썼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9월 안에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인데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일찌감치 박 회장에게 부여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박 회장에게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놓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맞섰지만 결국 경영정상화 계획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사재도 출연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애쓴 점이 채권단으로부터 인정받아 우선매수청권을 받은 것일 뿐 특혜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