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음극재 가치사슬 구축에 속도를 내며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음극재 주요 원료인 흑연을 놓고 중국의 수출 통제가 임박함에 따라 음극재 공급망 확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음극재 공급망을 내재화하며 기초체력을 단단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음극재가치사슬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4일 포스코퓨처엠 안팎에 따르면 12월부터 시행될 중국의 흑연 통제 조치를 앞두고 중장기적으로 음극재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12월부터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제 시행일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수출통제 품목에는 인조흑연과 관련 제품, 천연흑연과 관련 제품 등 9개 품목이 들어간다.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을 막론하고 국내 수입되는 흑연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9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흑연이 2차전지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만큼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가 현실화되면 2차전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확산될 수 있다.
물론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흑연 공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취지는 아닌 만큼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국내 2차전지 가치사슬 내 업체들이 당장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흑연 공급을 전면 차단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더라도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상황에서는 경영상 의사결정이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조치에 가장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와 있는 업체로 꼽힌다. 흑연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흑연 재고가 바닥났을 때 음극재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퓨처엠은 흑연 재고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대응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김준형 사장은 음극재 사업의 중장기 목표인 공급망 자립화에 속도를 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포스코퓨처엠은 주력 품목인 양극재 외에도 음극재 쪽으로 사업확장을 꾀하며 원료부터 중간소재와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음극재 가치사슬 내재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최근 공급망과 관련한 위기 신호가 감지되자 공급망 자립화에 전보다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음극재 코팅용 피치를 생산하는 공장 건설을 마치고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장은 포스코퓨처엠이 OCI홀딩스와 합작해 세운 첨단화학소재기업 피앤오케미칼 공장이다.
피치는 음극재 코팅제로 쓰이는 원료로 석탄이나 석유를 정제할 때 발생하는 콜타르, 잔사유 등 부산물을 가공해 제조한다. 피앤오케미칼에서 생산하는 피치는 일반적인 피치보다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석유계 고연화점 제품으로 음극재에 코팅하면 배터리 팽창을 줄이고 충․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 피앤오케미칼이 지난 13일 충남 공주에 준공한 피치 공장 전경. 전기차 약 300만대분의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는 연 1.5만톤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은 외부에서 공급받아야했던 피치를 피앤오케미칼을 통해 내재화하며 음극재 공급망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김준형 사장은 13일 충청남도 공주시 피앤오케미칼 피치공장 준공식에서 “음극재 코팅용 피치의 내재화에 성공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며 “안정적 원료 공급망과 독보적 기술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국내 배터리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코팅제인 피치뿐 아니라 음극재 핵심 원료인 천연흑연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그룹 내 종합상사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계 2위 흑연 매장량을 지닌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광산을 보유한 파루그라파이트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25년 동안 75만 톤 규모의 천연흑연을 공급받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확보한 탄자니아 천연흑연을 공급받아 음극재 제조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포스코퓨처엠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천연흑연을 확보 계획을 마련해 두었다.
포스코퓨처엠은 천연흑연뿐 아니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체제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
인조흑연은 소재 팽창이 적어 안정성이 높고 고속 충전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자회사 포스코엠씨머티리얼즈를 통해 인조흑연 원료인 침상코크스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엠씨머티리얼즈는 제철공정 부산물인 콜타르를 직접 생산해 이를 통해 침상코크스를 만들어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한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 조치가 전면적 금수조치는 아니고 절차상 문제인 만큼 적정 재고를 유지하면서 대응해 나가는 중”이라며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의 조기가동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조흑연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이 가치사슬 대부분 영역에서 자체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며 천연흑연 음극재에 필요한 원료 확보의 적시 대응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천연흑연 원료 확보를 위해 그룹 차원의 투자 노력이 향후 공급망 대응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