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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 주도했던 카드업계, 실적 한파에 금융당국 압박 '시즌2'는 눈치만

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 2023-11-08 16: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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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전업카드사 8곳이 모두 참여하며 비은행권에서 가장 활발한 상생금융 행보를 보였던 카드업계가 ‘상생금융 시즌2’에는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호실적을 거둔 은행권과 달리 실적 한파를 겪고 있는 데다 고심 끝에 마련한 상생방안을 이미 발표했던 만큼 새로운 방안을 내놓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상생금융 주도했던 카드업계, 실적 한파에 금융당국 압박 '시즌2'는 눈치만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6일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금융업권협회장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금융권이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서 다시 시작된 상생금융 흐름은 금융당국이 금융권 전반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비은행권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6일 금융업권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전문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 등 6개 업권 협회장과 만났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의 참여를 요청했다.

금융당국과 상생금융 지원안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 16일 회동에 은행장이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한다는 점에서도 비은행권으로 확산될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카드업계는 상생금융 시즌1에서 전업카드사 8곳이 모두 참여하며 비은행권에서 가장 활발히 나섰던 것과 달리 시즌2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살펴봐도 카드업계는 1천억 원대 추가 지원을 약속한 은행권과 달리 추가 방안을 내놓는 것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우리카드는 2023년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던 기존 상생 프로그램 기한을 2024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추가 지원이 아닌 기한 연장이지만 이는 그나마 전향적 방안이었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의 추가 지원 발표와 함께 기존 상생금융 지원안의 진행 상태를 점검하는 데 그쳤고 하나카드도 하나은행과 달리 새로운 지원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이번 상생금융 흐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는 실적 한파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은행들이 가만히 앉아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상생’ 요구가 시작된 반면 카드업계는 고금리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어서다.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카드사(신한·삼성·KB·우리·하나)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감소폭의 평균은 21.1%에 이른다.

당분간 업황이 개선될 여지도 크지 않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3년물(AA, 무보증,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10월31일 기준 5%를 넘겼다. 조달금리 상승에 하반기 비용 부담이 상반기보다 커진 것이다.

2024년에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에 따라 수수료가 인하될 수도 있는 만큼 수익성이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카드업계는 올해 실적 감소가 시작된 가운데 이미 2조 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추가 방안을 내놓기는 더욱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상생금융 주도했던 카드업계, 실적 한파에 금융당국 압박 '시즌2'는 눈치만
▲ (왼쪽부터)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이 6월29일 영등포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카드업계 상생금융 1호 출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리카드>

업계 관계자는 “지난 방안을 준비할 때도 많은 고민 끝에 내놨었다”며 “그만큼 고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면서 효율성있는 방안을 새롭게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들은 금액 지원이 아닌 다른 방안을 통해 상생금융 시즌2에 참여할 수 있어 보인다.

김주현 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에서 발표한 추가 상생금융 방안에 대해서 “그 정도면 썩 만족은 아니더라도 (노력)했구나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1천억 원대 추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사실상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 입장에서는 금액 지원이 아니더라도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안을 고민해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지원 방안 등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7월 한화생명의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여력이 없거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상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권하는 게 아니다"며 비은행권 상생방안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였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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