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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외국인 노동자 모시기 경쟁, 한국은 정책 혼란에 우왕좌왕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3-11-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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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외국인 노동자 모시기 경쟁, 한국은 정책 혼란에 우왕좌왕
▲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이 인구 감소 대책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치 경쟁을 시작했다. 한국 또한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위해 이민청 설립 등을 추진하며 노동인력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확대라는 정책기조와 달리 외국인 노동자 지원 및 임금 정책이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민청 유치를 위한 각 지자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이주민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 정책과 관련해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고용노동부 소관인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를 위한 예산은 0원으로 편성됐다. 2022년 68억9500만 원에서 2023년 71억800만 원까지 늘어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이들 기관은 사실상 폐쇄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노동자 거점센터는 대부분 인건·운영·사업비를 전액 국가 재정에서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민간단체 위탁을 통한 지원방식을 노동부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 상담 기능은 전국 62곳에 위치한 지방고용노동(지)청에서 맡고 외국인 노동자 교육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하게 된다.

다만 공공기관이 주말에 근무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평일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해당 업무를 맡는 것은 정책 미스매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창원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는 예산안이 발표된 뒤 9월 보도자료를 통해 “내방 상담은 평일 대비 일요일이 117.7%로 훨씬 더 많았다”며 “일요일에 업무를 하지 않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세계 각국 외국인 노동자 모시기 경쟁, 한국은 정책 혼란에 우왕좌왕
▲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10월29일 주최한 외국인근로자와 함께하는 사회공헌활동 행사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외국인 노동자 취업 지원, 외국인 임금 제한 등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정책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서 숙련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학생(D-2) 비자, 일반연수(D-4)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각각 16만3천 명, 6만9천 명이다. 

이 중 일반연수 비자를 받은 사람들은 국내 상장기업이 설립하거나 기업과 연계된 전문기술 교육기관, 또는 대학 부설 전문기술 교육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아 기업에서 즉각 숙련 노동자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 그런데 이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정책이 미흡해 이 가운데 41.2%인 2만6852명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 제한 정책도 난항이 예상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월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적정 임금 수준을 묻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매월 이용료 100만 원 정도로 낮아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 외국인 노동자 모시기 경쟁, 한국은 정책 혼란에 우왕좌왕
▲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월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나주시는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 일당을 11만 원으로 묶는 정책을 펼쳤다가 외국인 근로자를 대다수 잃었다. 지역 농가 일손의 90%를 외국인 근로자가 맡고 있던 나주시는 이 정책으로 농업 노동력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외국인 노동자가 빠져나가면서 지역 상권도 피해를 입었다.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이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지역주민으로서 흡수돼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이민자 통합정책 역시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기선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3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 제1차 인구2.1 세미나’에서 “이민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지역주민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재적소의 일자리 매칭 등 지역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 부처들과 지방의 협업과 조정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청 설립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관련 예산안에 이민청 설립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내년도 이민청 관련 예산에 출입국, 이민관리청 신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 예산에 별도로 편성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민청 설립을 위해 마련된 이민정책위원회 또한 2022년 11월25일 대면회의를 개최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진 의원은 “법무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인구 감소 문제에 너무 무책임해 정말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항상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법무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이민자 확대와 지원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며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2010년대 말부터 시작했다. 일본은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개방하는 것에 상당히 보수적인 정책을 표방하는 나라로 유명했으나 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일본 정부는 2019년 4월 ‘특정 기능’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합당한 급료를 제공하는 한편 최소 5년 이상 일한 외국인 노동자를 숙련공으로 인정해 원하는 기간 본국의 가족들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와 함께 건설·간호·숙박 같은 산업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비자를 갱신할 때 체류기간의 한도를 없애는 기능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단체들도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외국인 노동자 확대 및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1512개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2022년 2월 ‘이민정책 혁신’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일본에 정착해야 한다”며 “어린이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일본에서 배우고, 일하고, 가족을 만들고, 은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 외국인 노동자 모시기 경쟁, 한국은 정책 혼란에 우왕좌왕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10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중부경제인연합회도 2050년까지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를 2배 더 늘리기 위해 정책 제안,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경제의 규모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현재 300만 명 수준의 외국인 노동자를 6~700만 명 규모까지 늘려야 된다고 보고 있다.

중경련은 일본 대학과 협력해 외국인 유학생이 1학년 때부터 일본 기업을 소개받고 일본의 기업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고학력 외국인 노동자를 일본으로 끌이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만은 30년 전부터 인구 고령화 해결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1989년부터 대만의 주요 산업 현장에 투입됐다.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겐 최장 12년 동안의 근로 기간을 보장했다. 단순노동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상황에 따라 숫자가 제한되지만 고급 숙련 인력은 고용주가 원한다면 무제한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했다.

대만 정부는 2007년부터는 직접 고용 공동 서비스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의 채용, 입국, 고용허가 신청 등의 행정 처리를 온라인에서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호주와 캐나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비도시지역의 인구 및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정부가 이민자 도입과 유입에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는 주특정지역이민프로그램, 캐나다는 주정부 추천 이민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세인트루이스는 민간 차원에서 중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 영입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지역언론 세인트루이스 퍼블릭 라디오의 10월24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이민자와 난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민간 비영리 국제연구소인 '인터내셔널 인스티튜트 오브 세인트루이스'(IISTL)는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들을 도시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세인트루이스의 인구 감소를 막고 노동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법입국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시카고에서 불법입국자를 세인트루이스로 이주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카를로스 라미레즈 IISTL 부회장은 “최근 시카고에서 이민 담당 부시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세인트루이스는 노동력 보강을 위해 중남미 출신 이주민 고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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