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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메기 역할 다한 카카오뱅크, 윤호영 주가 살려낼 비단주머니는?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11-0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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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카카오뱅크의 최근 시가총액은 8조~9조 규모이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44조9천억 원까지 치솟았던 것을 살피면 주가가 형편없이 추락한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직후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던 것은 상장에 성공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엄청난 접근성과 편의성, 그리고 그에 따른 성장성을 매우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역할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절대자’가 아닌 ‘메기’였다. 카카오뱅크라는 메기를 만난 기성 금융사들은 저마다 그 메기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지금 와서는 사실 제도권 금융과 카카오뱅크 사이의 차이는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다.

현재 KB, 우리, 신한, 하나 등 기존 금융회사들의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뱅크의 애플리케이션을 비교해보면 디자인 측면은 차치하고 기능 측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은행 앱을 쓸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송금인데, 송금 버튼 누르고 지문 인식 등의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면 편리하게 송금이 되는 것은 카카오뱅크나 기존 금융권의 은행 앱이나 같다. 

업계에 메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업적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버린다면 업계 전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으로만 보면 그리 마음에 드는 성과는 아니다. 다른 물고기들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있었지만 결국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지는 못했던 메기는 배가 고플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라는 개별 기업만 놓고 본다면 ‘디지털은행’이라는 장점이 상당 부분 희석된 상황에서 이제 앞으로 금융의 어떤 지점에 포지셔닝을 해서, 어떤 특징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된 셈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복안은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바로 박리다매다. 윤 대표는 수익성을 조금 낮추는 대신 고객의 수를 굉장히 많이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의 방향을 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예금 금리를 높이고, 낮은 대출 금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키를 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사실 처음부터 낮은 대출금리를 무기로 빠르게 고객층을 넓혀왔는데, 여기에 예금 금리를 높이는 방법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금리와는 상관없긴 하지만 카카오뱅크 mini 사업 역시 윤 대표의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업이다. 

카카오뱅크 mini 상품은 청소년 전용 상품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이 상품의 대상 연령을 청소년에서 아동(7세 이상)까지 낮췄다.

청소년이나 아동은 금융권에서 유의미한 고객층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소수의 ‘금수저’ 고객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성인 고객보다 당연히 금융거래의 빈도나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가 청소년과 아동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좀 더 사업을 길게 보고, 고객층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인 셈이다.

두 번째는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 제공이다.

카카오뱅크의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잘 드러내주는 사업은 바로 ‘26주 적금’이다. 

카카오뱅크는 이 26주 적금 상품을 유통회사, 이커머스 회사, 항공사 등과 연계해 적금을 들면 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들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모임통장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카카오뱅크는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고 해도 무리한 추측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은 카카오톡과 연계하면서 더 클 수 있었다는 특징이 있고, 26주 적금은 카카오톡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카카오뱅크가 금융 소비자들의 ‘생활’에 더 깊숙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윤 대표는 올해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를 단순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생활 필수 앱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생활밀착형 금융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카카오뱅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상장 초기와 비교해 굉장히 많이 내려와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상장 초기에 지나치게 과대평가 돼있었던 기업가치가 정상화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낮다는 것은 앞으로 카카오뱅크라는 회사가 성장하게 된다면 결국 주가도 그 성장분을 반영해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가 ‘과대평가’돼서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그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시 상장 초기의 주가를 달성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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