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주력 중국시장에서 아이폰 신제품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둔 LG이노텍이 실적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애플을 향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객사 다변화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고객사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 LG이노텍 > |
1일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올해 10월 출시한 아이폰15 시리즈가 중국 현지 스마트폰업체인 화웨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되기 몇 주 전에 메이트60프로 스마트폰을 출시한 화웨이와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미중관계가 악화되면서 애플이 중국에서 갖고 있는 입지가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애플의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은 전체 아이폰 출하량 가운데 24%를 차지해 미국(21%)을 제치고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애플은 중국에서 화웨이 등 현지 스마트폰업체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따라 아이폰15 판매에서 고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조사기관 GfK를 인용해 “출시한 첫달 아이폰15의 중국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겪는 판매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투자자들은 애플의 스마트폰 사업이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주력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LG이노텍의 부품사업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을 포함해 모바일용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매출의 70% 이상이 애플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의 반기보고서을 보면 올해 상반기 매출 8조2830억 원 가운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사 매출이 6조2215억 원으로 전체의 75.1%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72.1%에서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에 LG이노텍의 매출은 애플의 실적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LG이노텍은 2016년 상반기와 2018년 하반기에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부진을 겪자 실적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LG이노텍의 지나치게 높은 애플의존도가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LG이노텍은 올해 3분기에도 아이폰15용 카메라모듈 공급시기가 4분기로 지연되면서 지난해 3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58% 급감하기도 했다.
LG이노텍의 애플을 향한 높은 의존도에 따른 위험은 2024년에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시장에서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자국 스마트폰업체의 입지가 높아지면서 애플의 입지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자전문 매체 아이지웨이는 스마트폰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는 2024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올해의 두 배 수준인 6천만~7천만 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내년에 출시될 아이폰16 시리즈는 올해 출시된 제품과 달리 카메라모듈 업그레이드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G이노텍의 영업이익 개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에게 화웨이 등 중국 현지 스마트폰업체들의 재도약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며 “애플이 2024년에 출시할 신제품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제한적이고 고객사의 원가절감 노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철동 사장은 애플을 향한 높은 의존도에 따른 위험요인을 의식해 고객사 다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애플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주주들의 지적에 “카메라 모듈 외에도 반도체 기판과 자동차 전장(전자장비)부품 등 사업을 계속 성장시키고 있다”며 “특정고객에 대한 비중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장부품에서 제품군을 넓히며 고객사 다각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까지 전장부품 사업부 수익성 개선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차량카메라, 라이다, 파워 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이 꼽은 차량카메라, 라이다, 파워 모듈 등은 최근 자율주행 차량 및 전기차의 부상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일례로 LG이노텍이 북미 전기차 시장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 규모는 2022년 4700억 원에서 2030년 5조5천억 원으로 10배 이상 급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LG이노텍이 신사업으로 힘주고 있는 차량용 통신모듈도 앞으로 실적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통신 모듈 매출 확대가 LG이노텍의 올해 3분기 전장사업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전자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며 “이외에도 LG이노텍은 올해 말 고부가 반도체용 기판인 FC-BGA를 생산하는 등 다방면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