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환율 쇼크에 시름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시장에서 많이 팔고도 수익성은 되려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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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 사장은 25일 기아차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상반기 실적 발표회에서 “주력 모델 노후화의 어려움에서도 상반기 눈에 띄는 판매증가와 제값받기 등으로 선전했다”며 “그러나 급격한 원화절상, 러시아 통화 가치하락 등이 매출원가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상반기 글로벌시장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더 많이 팔고도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기아차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모두 24만5234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5% 증가했다. 내수 판매량은 3만5502대로 5.8% 줄었지만 해외 판매량은 20만9732대로 5.2% 늘었다.
반면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 매출액은 12조545억 원으로 8.1%, 영업이익은 7697억 원으로 31.7%, 당기순이익은 1조238억 원으로 13.3%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예상치인 8천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박 본부장은 “수출이 75%에 이르는 사업구조여서 상반기에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대비 58원 하락하는 등 원화강세가 지속돼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 평균을 1020원 정도로 보고 있다”며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 비상경영제체를 유지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기아차 체질개선 필요성 대두
기아차가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수출중심에서 해외생산 중심으로 대대적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판매량 증가로 수출물량이 증가하면서 환율파고에 취약해진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아차의 생산능력은 현재 연산 301만 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국, 미국, 슬로바키아 등에 위치한 기아차 해외공장은 연산 138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기아차의 해외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생산분의 75%를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고 환율변동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연산 3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멕시코공장이 신설되면 해외 생산능력이 국내를 다소 앞서게 된다. 하지만 이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수년이 걸리고 해외생산이 해외판매를 뒷받침해주기 위해서 추가로 해외공장건립이 필요해진다.
기아차가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해나가는 동안 방어막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기업 5곳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감소했다.
◆ 시장별 맞춤 전략 먹혀들까
기아차는 올 하반기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별로 맞춤형 관리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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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우 기아자동차 재정본부장 겸 사장 |
박한우 본부장은 하반기 내수시장에서 “카니발과 쏘렌토 출시효과가 예상된다”며 “내수판매 목표의 하향조정 없이 연간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의 경우 “K4가 3분기 중 시판에 들어가는 등 상품 경쟁력이 충분하고 올 하반기나 내년까지 중국 3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시장은 “쏘울 신형을 앞세워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며 “쏘울의 판매증가세를 유지하고 신형 카니발과 쏘렌토를 론칭해 미국시장의 판매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박 본부장은 말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내수와 해외시장 모두 영업환경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아차의 위기의식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시장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 특히 7월1일부터 유럽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완전철폐됨에 따라 수입차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자동차시장 전망도 밝지만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는 기대 못미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시장의 경우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신흥국의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