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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600원짜리 부품 때문에 최소 4조 날려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7-25 14: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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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 600원짜리 부품 때문에 최소 4조 날려  
▲ 메리 바라 GM CEO가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GM이 자동차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운전자들에게 최소 4억 달러를 보상하기로 했다. 또 지난 10년 동안 점화스위치 결함을 은폐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GM은 고작 600원짜리 부품 때문에 리콜비용으로 이미 2조 원 이상을 썼고 앞으로도 2조 원을 더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GM의 관료주의와 비용절감 지상주의가 이런 사태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 GM 점화스위치 결함 때문에 4조 날라갈 듯

GM은 2분기 실적발표 보고서를 통해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사망하거나 다친 피해자들에게 최소 4억 달러를 보상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GM은 “4억 달러는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며 세금을 감안해 6억 달러 수준으로 올라갈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점화스위치 결함 차량은 도로를 달리던 중 점화스위치가 저절로 움직이면서 엔진이 꺼져 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에어백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 결함으로 지금까지 보고된 것만 13명이 사망했다.

점화스위치는 600원짜리 부품이다. 이 결함 때문에 GM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3천만 대 가량을 리콜하면서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앞으로도 수리비 등으로 8억7천만 달러가 추가로 넣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피해보상비 4천억~6천억 원을 합치면 무려 4조 원 가까이를 날리게 된다.

GM은 피해보상을 약속하면서 10년 전부터 점화스위치 결함을 알고 있었지만 고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점화장치결함을 지난 1월 CEO 취임 후에 비로소 알게 됐다고 밝혔는데 태도가 전혀 달라진 것이다.

◆ 600원짜리 부품 결함 10년 은폐

2005년 GM직원 로라 안드레스는 자동차 주행테스트 중 시동이 꺼지는 문제를 발견해 이를 이메일로 임원 11명에게 보고했다. 그는 이메일로 대규모 리콜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이메일을 받은 GM 임원들은 사태를 방치했다.

GM 임원들은 2005년 당시 시동이 꺼지는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문제가 2001년부터 제기됐기 때문이다.

GM은 지난 3월 연방 자동차 규제당국에 제출한 자료에서 2001년 ‘섀턴아이언’ 개발 때 점화스위치가 특별한 이유없이 꺼지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당시 개발자들은 이 사실을 GM의 임원들에게 보고하고 점화스위치를 다시 설계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2003~2004년부터 결함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운전자가 시동을 걸면서 점화스위치에 힘을 주거나 무거운 열쇠고리를 사용하면 시동이 꺼지는 결함이 몇몇 자동차에서 발견됐다. 이는 2001년 섀턴아이언 개발 단계에서 발생했던 점화스위치 결함과 같은 문제였다.

결함부품은 쉽게 교체할 수 있었다. 부품교체에 드는 비용은 고작 57센트였다. 나사를 풀고 새 스위치로 바꿔다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리콜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함은 10년 동안 은폐됐다. 그동안 13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 미국 하원 청문회가 열렸다. 의원들은 바라 CEO에게 사소한 부품결함을 왜 10년씩이나 바로잡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때 바라는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바라는 CEO로 부임한 올해 1월에야 문제를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엔지니어로 시작해 제조 및 엔지니어링 부장과 부사장, 인적자원 부사장 등의 요직을 거쳐 CEO가 됐다. GM에서 33년 동안 근무해온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지난 10여 년 동안 이 문제를 몰랐다고 말했다.

바라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번 사태는 GM의 조직문화가 그만큼 경직돼 있고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관료주의와 비용절감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

GM은 2009년 파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이었다. 그만큼 조직은 비대하고 복잡해졌다. 그에 따른 관료주의 병폐가 심각했다. GM이 파산한 것은 노조 때문이 아니라 GM의 오랜 관료주의에 따른 비효율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기업인이자 정치인 로스 페로는 1988년 ‘포천매거진’을 통해 GM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기업이 조직원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모든 이유가 GM의 관료주의 시스템 속에 들어있다”며 “뱀을 보면 바로 뱀을 죽이면 되지만 GM은 전혀 다른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페로는 “GM은 뱀을 보면 가장 먼저 뱀 전문가를 고용해 뱀 문제에 대한 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장시간 회의를 거듭하지만 회의를 통해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페로가 26년 전 지적한 내용이 현재 GM에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관료주의 아래서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나쁜 소식을 솔직하게 보고하기 힘들다. 1992년 발간된 ‘GM제국의 붕괴’라는 책은 “(GM의) 우수한 직원들조차 조직에 순응해야 보상받는 시스템에 동화됐다”는 내용이 있다.

관료주의와 함께 비용절감 지상주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4월 청문회에서 바라 CEO도 “과거의 GM은 비용중시 문화에 젖어 있었다”고 시인했다. GM은 글로벌소싱 전략을 선택해 최대한 저렴한 부품을 선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GM기술진은 2004년 점화스위치 결함을 보고받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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