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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이탈리아 피아트 닮은꼴 우려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7-24 2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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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이탈리아 피아트 닮은꼴 우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수입차 공세에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마지노선인 70%대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차 산하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조사결과를 보면 현대기아차의 6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월보다 5.3%포인트 감소한 68.2%였다.
 
반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12.7%로 지난해 6월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15%를 돌파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특히 현대차의 ‘안티팬’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에 차별을 두고 있다고 의심한다. 수출용에 비해 더 낮은 품질과 서비스를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연비과장 논란에 안전성 논란 등 현대차를 불신하는 얘기는 끊이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럴 바에야 더 좋은 품질에 더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는 수입차를 사겠다'는 인식이 퍼진다.

내수시장에서 현대차가 처해 있는 이런 현실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그림자를 현대차에서 찾게 만든다.

현대차가 피아트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외부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2012년 7월 현대차 판매촉진 대회에서 “피아트처럼 국내에서 못 팔고 해외에서만 잘 팔아선 안 된다”며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아트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시장에서 60% 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입차 공세가 거세지면서 2000년 들어서 30%대 마저 무너졌다. 피아트는 2000대 초반 경영악화로 파산위기까지 내몰렸다. 내수시장을 독점하던 오만이 부른 비극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당시 “현대차가 해외에서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우리나라 시장, 우리나라 고객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2년은 수입차가 처음으로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10%대를 넘긴 해였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대차는 과연 달라지고 있는가?

이제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기아차는 안방에서 수입차에 속수무책으로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피아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진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둑은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현대기아차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안티 현대차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티 현대차’ 흐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이탈리아 피아트 닮은꼴 우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근 신형 제네시스의 강판차별 논란에서도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신형 제네시스의 안전성에 최우수 등급을 매긴 데 대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전성을 높인 미국 수출용 차량으로 검사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차석주 현대차 안전성능개발실장이 직접 나서 “내수와 수출용 강판의 설계도면과 제작공정은 모든 것이 동일하다”며 “두께가 달라지거나 소재가 달라지면 오히려 비용이 더 늘어나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냐”며 해명해야 했다.

현대차는 이달 초 파워블로거, 자동차 동회회원, 일반인 등 40여 명을 초청해 신형 제네시스 안전성 평가를 직접 시연해 보였다. 바꿔치기 논란을 막기 위해 한 참가자가 평가에 쓰일 차량을 직접 골라 사인을 한 뒤 시연회가 시작되기 전 이를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쳤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오죽하면 블로거에게 출고센터에서 차량을 직접 고르게 한 뒤 실험을 했겠느냐”며 “몇 년 전부터 제품을 둘러싼 거짓된 내용이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퍼지며 안티가 급증해 현대차가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만하더라도 연비 뻥튀기, 차체 중량 증가 등 수차례 품질논란을 일으켰다. 잇단 품질논란은 현대기아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품질논란은 국내시장에서 유독 강하게 일고 있지만 해외시장으로 그 불이 옮겨붙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내 소비자가 현대기아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또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차종을 내놓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고 지적한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내수시장에서 80여종의 차량을 판매중이다. 반면 BMW는 100종이 넘는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 현대차에 드리운 피아트의 그림자

현대차가 직면하고 있는 품질논란과 라인업 부재는 한때 부도위기에 몰린 피아트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차, 이탈리아 피아트 닮은꼴 우려  
▲ 피아트 브랜드 로고
피아트는 이탈리아 내수시장 독주에 힘입어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대형차를 선호하던 미국 소비자들이 소형차 일색인 피아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게다가 피아트 차가 쉽게 녹이 슨다는 품질논란까지 일었다. 피아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피아트는 미국시장에서 철수했다.

피아트가 미국에서 실패하고 돌아왔을 때 안방시장에서도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1980년대만 해도 파이트는 이탈리아에서 60~7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점유율에 취해 해외시장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는품질을 등한시하고 서비스도 부실해졌다.그 틈을 수입차가 파고 들었다. 소형차 부문은 일본차에게 빼앗겼고 고급차 부문은 독일차와 미국차에 밀렸다.

그 결과 파이트는 이탈리아 내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0%대로 추락했다. 2000년 초 부도위기에 몰렸고 수년 동안 적자를 내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다행히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에 조금씩 밀리고 있지만 아직은 절대적이다. 게다가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 5위에 올라 4위 르노닛산그룹을 맹추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80%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을 나몰라라 할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벌어들인 이익을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내수시장에서 위상을 잃는다면 해외시장 확대에도 차질을 빚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 점유율에 안주한다는 지적은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모습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유럽위원회가 발행한 ‘산업별 연구개발 투자보고서 2013’를 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조1900억 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13위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다임러-벤츠, 혼다, 포드, BMW는 현대기아차보다 못 팔았어도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독점체제가 언제든지 무너질 수도 있다”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결국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 현대기아차는 왜 아직 내수시장이 중요한가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안티현대차 흐름을 의식한 듯 지난 3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고객의 성원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며 “국민기업으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소중한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이탈리아 피아트 닮은꼴 우려  
▲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
김 사장은 또 “변화된 시장에서 현대차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는 주위의 우려를 직시하고 있다”며 “자동차의 기본인 고객만족을 위해 고객을 최우선에,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기본이란 단어를 내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디젤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국내 소비자의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위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장래를 위해 내수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해 가능한 수입차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조속히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 중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80%를 넘어섰지만 해외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55%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생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 내수시장을 급격히 수입차에 빼앗긴다면 현대기아차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해외사업에 투자하는 경영을 추구해 왔다”며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의 영향으로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내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이런 전략이 힘을 받지 못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1990년대 중반 이후 해외생산을 급격히 확대한 일본 완성차기업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봤다. 이 신문은 “당시의 일본 완성차기업처럼 현대기아차도 현지생산 확대와 부품기업 육성을 병행해 해외 공급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토요타에 대한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정몽구 회장이 수년 동안 대규모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주춤했던 토요타가 3여년 만에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고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라며 “꼼꼼한 전략을 수립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토요타 분석작업을 통해 현지생산 전략을 도요타 부활의 핵심 원동력으로 파악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주요 해외공장을 모델별 생산과 수출 거점으로 승격해 급변하는 자동차시장 환경에서 스피디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은 이런 분석결과와 닿아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토요타처럼 되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내수시장에서 이익을 내야 한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기아차는 아직 내수시장에서 벌어 해외사업을 확장하는데 투자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도 내수시장을 지키야 하고 국내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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