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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벌금 내면 그만? 무신사 논란 계기로 가족친화기업 실태 돌아봐야

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 2023-09-07 15: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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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벌금을 좀 내야 하지만 벌금이 훨씬 싸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신사옥을 짓는 과정에서 직장 어린이집 조성을 백지화했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의 한 임원이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 “벌금이 훨씬 싸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의눈] 벌금 내면 그만? 무신사 논란 계기로 가족친화기업 실태 돌아봐야
▲ 무신사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신사옥을 짓는 과정에서 직장 어린이집 조성을 백지화했다.

상시 직원이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 직원이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남녀고용평등법, 영유아보육법 등에 따라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설치 의무를 어기면 1년에 두 차례, 매회 1억 원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전체 직원이 약 1500명인 무신사는 어린이집 의무 설치 기업이다. 

벌금을 내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책임을 면하는 것일까?

이는 비단 무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에는 27개 사업장이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 회사, 컬리, 코스맥스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국내 주요 패션, 뷰티 기업들은 여성 고용 비율이 높지만 어린이집 운영 실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접점이 넓고 그 중에서도 여성 소비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이런 실태는 더욱 크게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패션 기업은 이랜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그리고 뷰티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위한 운영비용 등을 문제로 벌금을 내고 말지라는 태도로 설치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어린이집을 잘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집계한 전국 직장 어린이집 현황에 따르면 공기업, 사기업 등을 모두 합친 직장 어린이집 수는 2022년 기준 1291개다.

그 가운데 지난해에 새로 문을 연 직장 어린이집은 63개다. 그 중 하나인 KT&G는 2016년 대전 신탄진 공장에 이어 2022년 9월 서울 사옥에도 어린이집을 마련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 인근에 우아한2어린이집을 개원했다. 2020년 어린이집을 개원한 지 3년 만에 연 두 번째 직장 어린이집이다.
 
[기자의눈] 벌금 내면 그만? 무신사 논란 계기로 가족친화기업 실태 돌아봐야
▲ 우리나라는 저출산율의 회복과 경력단절여성의 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은 2022년 여성경력단절 사유 통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0.778명이다. 

6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30대에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 경력 단절이 발생하며 감소한 후 40대에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M자형 경향이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경력 단절 여성은 약 139만7천 명이다. 경력 단절 사유는 육아(42.8%), 결혼(26.3%), 임신 및 출산(22.7%)으로 파악됐다.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저출산율의 회복과 경력단절여성의 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어린이집 지원 사업의 목적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하는 사업주에게 설치비, 인건비,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직장보육시설을 확충함으로써 근로자의 육아 부담을 덜고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것이다.

국가 정책의 실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무신사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인 웰링턴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총 2천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의 기업 가치는 3조 원대 중반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유통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이마트(7일 종가 기준 1조9959억 원), 롯데쇼핑(2조340억 원), 신세계(2조527억 원), 현대백화점(1조5726억 원) 등 시가총액보다 높은 수준이다.

무신사는 2001년 포털사이트 프리챌에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 현재 무신사의 기업 규모는 국내 대기업 수준으로 올라섰다. 무신사의 2023년 거래액은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라는 용어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 정의에 따르면 기업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주는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들에 대하여 발생 가능한 제반 이슈들에 대한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말한다.

무신사에게 벌금 1억 원은 ‘싼’ 액수일 수 있다. 그러나 무신사는 기업 규모가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도 커졌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무신사를 계기로 국내 기업 전반이 여성을 배려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정부 뿐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가뜩이나 내수시장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소비재 기업들이 미래 잠재고객 없이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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