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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안동 하회마을 정기 입은 유성룡, 임진왜란을 대비하다 (3)

류인학 khcrystal@hanmail.net 2023-09-06 08: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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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안동 하회마을 정기 입은 유성룡, 임진왜란을 대비하다 (3)
▲ 보물 414호로 지정된 서애 류성용 선생 종택 충효당. <하회마을 충효당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하회마을 터는 낙동강이 휘감고 흘러 아주 큰 재복을 불러오는 복지입니다. 또, 산세가 매우 수려해 인품이 고매하고 지혜로우며 덕망이 높은 인물들이 나올 명당입니다.

훌륭한 목민관과 관료, 재상이 나와 백성들과 나라에 복을 가져다 줄 상서로운 터이지요. 하회마을의 연화부수형 명당에 서린 복덕의 기운이 매우 커서 여기서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널리 나라와 백성들에게도 그 이로움이 미치는 것입니다.

하회가 낳은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이는 서애 유성룡 선생입니다. 선생은 1542년 경북 의성군의 사촌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출가한 여성이 아기를 잉태하면 친정에 가서 출산하던 당시의 풍습에 따라 선생의 모친께서 출산일이 다가오자 친정집으로 가서 선생을 낳았던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선생의 출생지가 사촌마을이라 해서 선생이 사촌마을의 정기로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사촌마을에는 이 마을에서 정승 셋이 태어난다는 예언이 전해오고 있어 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생은 하회마을에서 잉태하여 태아 시절 대부분을 여기서 지내다가 외가에 가서 태어났습니다. 사촌마을의 정기도 많이 받았지만, 하회마을의 정기를 크게 받아 태어났던 것입니다. 또, 출생 후엔 곧 고향집으로 돌아와 하회에서 성장했으니 하회가 배출한 인물입니다.

선생의 부친이 한때 한양의 중앙 관직을 맡으면서 선생의 가족은 한양에서 잠시 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서울 충무로에서 살았는데 마침 가까이에 이순신 장군 가족이 살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에겐 요신이란 형이 있었는데 그 분은 유성룡 선생의 친한 친구였습니다. 선생은 막역한 죽마고우의 동생인 장군과도 아주 친하게 지냈습니다.

선생의 가족은 얼마 후 다시 하회로 돌아왔습니다. 선생은 여기서 학문을 익히고 정신 수양을 하며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당시 안동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 유학자 중 한 분인 퇴계 이황 선생이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선생은 20세 되던 해 이황 선생을 찾아뵙고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날 두 분이 대화를 나눈 뒤, 이황 선생은 주위 사람들에게 유성룡 선생을 평하여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유성룡 이 청년은 하늘이 낸 사람이다."

이황 선생 문하에서 유성룡 선생과 동문수학한 김성일 선생은 이황 선생의 이러한 인물평에 대해 또 다음과 말했다고 합니다. 

"퇴계선생님께서 어떤 인물을 이렇게까지 극찬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선생은 24세 되던 해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선생은 관운이 좋아 관직 생활이 매우 순탄했습니다. 뛰어난 인품과 높은 학문, 폭넓은 식견과 탁월한 행정 능력으로 선조의 신임이 두터웠습니다. 별 어려움 없이 계속 승진하여 46세에는 조선시대 주류 학문인 유학을 총괄하는 양관 대제학이 되었습니다.

양관 대제학이란 문형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홍문관 대제학과 예문관 대제학, 그리고 성균관 대사성을 모두 겸임하는 직책을 일컫던 칭호입니다. 임진왜란 직전에는 우의정이 되어 국정 전반에 관여했습니다.

왜적이 침략하기 전에, 선생은 전쟁의 위기를 감지하고, 몇 가지 아주 중요한 대비책을 세웁니다. 그 하나가 이순신 장군을 전라좌수사로 천거하고, 권율 군을 의주 목사로 천거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전라좌수사는 남방의 왜적을 막는 직책이었으며, 의주 목사는 북방의 적을 방어하는 직책이었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이순신 장군은 바다에서 왜적에 대승을 거두고 권율 장군은 육지에서 왜적을 크게 격파했습니다. 두 장군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그 때도 오랜 동안 왜적의 속국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라와 백성을 살리는 데 두 분의 공이 지대함은 물론이고, 그 분들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적극 천거하여 크게 등용하도록 한 선생의 공도 참으로 크다 하겠습니다.

전라좌수사가 되기 전 이순신 장군의 품계와 직책은 종6품 정읍현감이었습니다. 당시 전라좌수사의 품계는 정3품이었습니다. 장군의 품계가 한번에 7단계나 높아졌으니 대단히 파격적인 인사였습니다.

또, 권율 장군은 원래 과거 시험 문과 급제자로 당시까지 문관 직책만 역임했던 분입니다. 이런 분을 의주 목사로 발탁한 것도 파격이었습니다.

선생은 전라좌수사가 된 이순신 장군에게 ‘중손전수방략’이란 병법서를 저술하여 전하기도 했습니다. 장군은 이 병법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고마워했습니다.

선생이 세운 또 하나의 대비책은 만일을 대비해 광해군을 세자로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위상이 흔들릴까 두려워한 선조의 거부로 세자 책봉은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왜적이 침략하자 선생이 다시 강력하게 주장하여 광해군이 세자가 되었습니다.

광해군은 이에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등을 돌며 민, 관, 군을 위무했고, 의병활동을 독려했습니다. 이를 보고 명나라 원군 총사령관 이여송은 '조선의 부흥은 세자에게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왜란 초기 왜적은 전투마다 연전연승하며 북상했습니다. 임금은 황급히 도성을 버리고 평양을 거쳐 멀리 북방 국경의 의주로 피난을 갔습니다. 이 암울한 때 선생은 전쟁 초기 최전선이었던 평안도 일대의 전쟁 수행을 총 지휘하는 평안도 도체찰사가 되었습니다.

선생이 도체찰사가 되자 왜란의 전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남쪽에선 이순산 장군이 남해 서부의 제해권을 장악했고 북쪽에선 조명 연합군이 평양성을 탈환하고 계속 남진하여 도성 한양을 수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생은 탁월한 전술 전략으로 아군의 승리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전쟁 초기 명나라는 여러 이유로 원군 파병을 주저했습니다. 선생은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하여 명나라 원군 파병을 이끌어냈습니다. 또, 아군으로 하여금 유격전을 활발히 펼치게 하여 기세등등하던 왜적의 예봉을 꺾고 저들의 진격을 저지하여, 반격을 위한 준비 시간을 얻게 했습니다.

평양성 탈환 때는 평양의 지형지세를 상세히 파악하여 이를 활용한 전술로 공성전을 매우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또, 후퇴하는 왜적을 추격하여 임진강을 도하할 때는 밧줄로 부교를 만들어 수만 명의 조명 연합군이 무사히 강을 건너게 했습니다. 

선생은 또, 탁월한 지혜와 식견을 발휘하여 전란으로 피폐해진 민생경제를 살렸습니다. 식량이 너무 부족하여 백성들이 굶주리자 압록강 인근 해안에서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평안도 일대의 광산에 철과 은을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명나라의 곡식과 바꿔 백성들을 구휼했습니다. 

특히 소금 생산은 참담했던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파탄지경이었던 국가 재정을 회복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당시 나라에서 세금으로 거둔 세곡은 60여만 석이었는데 명나라 원군에게 제공해야 할 군량이 48만 석이었다고 합니다. 남은 세곡으로 조정의 경비와 아군의 군량으로 써야 하는데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많은 소금을 팔아 사서 모은 곡식으로 부족분을 보충했다고 합니다.

선생이 하회마을에서 받은 크나큰 복덕의 기운이 한낱 가문의 부귀영화가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널리 살리는 데 쓰여졌던 것입니다.

1593년 선조는 선생의 혁혁한 공을 인정하여 선생을 영의정으로 임명했습니다. 또, 평안도 도체찰사에 더해 충청 전라 경상 3도의 도체찰사도 겸임하게 했습니다. 전시 행정과 군사를 모두 지휘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후 선생은 힘없는 백성과 나라를 살리고, 국력을 크게 키워 왜적을 물리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정책들을 수립하고 또 실행했습니다. 이 정책들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정책들이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들의 큰 저항과 반발도 매우 컸습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회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류인학/자유기고가, '문화일보'에 한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쓴 글 ‘배달의 산하’, 구도소설 ‘자하도를 찾아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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