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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생사 갈림길, 정성립 회생 묘책 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6-08-17 14: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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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생사 갈림길, 정성립 회생 묘책 있나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대우조선해양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정성립 사장은 해외선주들을 직접 만나는 등 영업일선에 나서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적자는 급증하고 있다. 연말까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

정 사장은 수주절벽이라는 상황에서 채권단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더욱 강도높은 자구안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조의 설득을 끌어내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 대우조선해양, 상장폐지 위기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 말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조선해양은 16일 2분기에 매출 3조3880억 원, 영업손실 4236억 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300억 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적자규모가 훨씬 컸다.

순손실 규모도 1조2209억 원이나 됐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6월 말 별도기준으로 자산 15조5947억 원, 부채 16조8231억 원, 자본 –1조2284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자본잠식이란 기업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을 말한다. 기업의 자본은 납입자본금와 잉여금으로 구성되는데 누적된 적자가 많아져 잉여금은 물론 납입자본금까지 모두 잠식하면 자본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장 상장폐지의 위기에 처했다.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상장폐지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이 필요하다. 최소한 1조2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조달돼야만 대우조선해양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온갖 악재에 둘러싸여 있어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전 경영진이었던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모두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다. 게다가 현 경영진인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지난해 1200억 원대 회계조작을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현직 경영진에서도 광범위한 회계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만큼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경우 ‘부실기업 지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정성립, 갈수록 초라해져

정성립 사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정말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튼튼한 회사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시각보다는 ‘방수처리가 잘된 독’이라는 시선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제가 취임한 직후 10개월은 대우조선해양에게 위기였지만 올해는 희망의 국면이 올 것”이라며 “반드시 흑자전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정 사장의 다짐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상황과 비교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처지는 더욱 초라하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에 흑자전환을 한 데 이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8824억 원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 영업손실 2837억 원을 냈지만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  80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6분기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에 영업손실 263억 원을 내며 이전보다 손실규모를 줄였지만 2분기에 영업손실 4천억 원가량을 봐 적자폭이 다시 커졌다.

손실의 내용을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 대규모 손실이 난 것과 관련해 보수적인 감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감사법인이 일부 해양프로젝트에서 선주와 미리 합의한 인센티브 등을 인정하지 않았고 선주측 요구로 공사가 지연됐는데도 지체보상금 발생 등을 손실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수주산업의 특성상 대우조선해양이 미리 확보한 수주잔량이 충분해 올해 수주가 전무하더라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기존 수주잔량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도 불투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의 공사를 모두 끝냈지만 선주측 사정에 따라 인도가 연기돼 1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일부 해양플랜트 인도시점도 지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더 큰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생사 갈림길, 정성립 회생 묘책 있나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3월 서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대우조선해양 경영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살릴 묘수 있나

정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쏟았다.

해외 선주들과 쌓아온 돈독한 관계를 앞세워 해외 영업일선에 직접 나서며 선박수주를 이끌어 내는 등 경영정상화에 온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해외 발주처 4곳으로부터 4억7천만 달러에 이르는 선박 건조대금을 미리 받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노사관계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 정 사장은 2020년까지 정년퇴직 등 자연발생하는 퇴직자를 통해 직영인력의 20%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인력감원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과 다른 대응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해놓고도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 대규모 손실을 낸 탓에 정 사장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은 9월부터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의 만기가 도래한다. 정 사장의 노력으로 해외 발주처로부터 일부 대금을 수령해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도 유동성 위기에 계속 직면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 원가량의 추가자금 집행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직 경영진이 회계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이 지원에 대한 절차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6월에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더욱 강도높게 추진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뒤 자금지원을 이끌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구안에 포함된 국내외 자회사 매각과 특수선(방산)사업부문 기업공개 등은 언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 사장이 더욱 강도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2분기까지 인원을 모두 500명 줄였다. 같은 기간에 현대중공업은 1110명, 삼성중공업은 1619명 인력을 감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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