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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HMM 앞에 세 갈림길, 제대로 된 주인 만나야 큰 길 찾게 된다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08-1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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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저번 영상에서 머스크와 MSC가 서로 갈라선 이유는 현재 해운업계의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한 방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과연 HMM이 이 격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 회사의 방법 가운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첫 번째는 MSC의 길이다. MSC의 길은 사실상 지금까지 HMM이 해왔던, 그리고 여러 글로벌 선사들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선복량 증대를 통해 좀 더 효율적인 비용구조를 만들어내 해운업계의 풍랑을 버텨내는 것이다.

문제는 MSC 등 수많은 글로벌 해운회사들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물동량이 한정돼있는 만큼 지나치게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선복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해상 운임이 하락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머스크의 길이다. 머스크뿐 아니라 선복량 기준 세계 3위 선사 CMA-CGM도 추진하고 있는 방법인데, 바로 ‘종합물류회사’로 나아가는 길이다.

컨테이너 해운은 전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시황이 크게 바뀌는 사업이다.

당장 HMM의 영업이익 추이만 보더라도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HMM은 2020년 1분기까지 무려 2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가 2021년에는 갑자기 7조 원의 흑자를 거뒀다. 이후 2022년에는 그 흑자가 12조 원으로 불어났지만, 2023년 1분기에는 2022년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90% 감소했다. 시황에 따라 수익성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기업의 경영 능력보다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 컨테이너 해운업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2018년 ‘Stay Ahead’라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종합물류회사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발표 이후 세계에 물류창고를 건설하고, 유럽, 미국, 아시아의 여러 물류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CMA-CGM도 마찬가지다. CMA-CGM은 2021년에 스페인의 철도물류회사를 인수했고, 2022년에는 GEFCO를 인수했다. GEFCO는 완성차 물류기업으로 우리나라의 현대글로비스와 비슷한 기업이다. CMA-CGM 2023년에는 프랑스의 물류기업 볼로레 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HMM은 현재로서는 이 두가지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박진기 HMM 총괄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유럽선사들은 육, 해, 공을 연결한 종합물류 기업으로, 아시아 선사들은 정통 해운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 각각은 리스크를 지니고 있다”며 “트렌드가 종합물류 기업으로 간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뒤처지지 않게 준비를 할 것이고 또 해운으로 간다면 이에 맞춰가려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3의 길도 있다. 바로 해운 사업에 집중하되, 벌크, 탱크선 등 컨테이너선이 아닌 다른 해운물류의 매출 비중을 높여서 리스크를 분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해운업’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컨테이너선 사업과 소위 ‘벌크선’ 사업은 산업의 특성이 많이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컨테이너선은 ‘버스’에, 벌크선은 ‘개인 운전수’에 비유할 수 있다. 

버스는 나와 관계 없이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고, 우리는 내가 원하는 정류장에서 돈을 내고 타서 내가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는데 컨테이너선 사업이 이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이 배가 멈추는 항구가 열 곳이 있다고 하면 그럼 컨테이너선은 그 항구들을 정해진 노선 대로 돌게 되고, 화주들은 그 각각의 항구에서 자신의 짐을 실어 원하는 항구에서 내리는 형태다. 

하지만 벌크선 사업은 화주와 운송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행된다. 계약을 맺은 화주만의 개인 운전수가 되는 셈이다. 

벌크선 사업은 일반적으로 장기 계약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컨테이너선 사업과 비교해 세계 시황 변동에 비교적 둔감하다.

HMM이 벌크 비중을 늘린다면 사업 자체를 시황에 덜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HMM의 사업이 원래 이렇게 컨테이너선에 치중돼 있던 것은 아니었다. 1차 치킨게임을 거치면서 메인사업인 컨테이너선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을 대부분 정리하면서 지금같은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HMM은 현재 이 세 번째 길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2022년 HMM의 벌크선 매출 비중은 5.9%로 2021년 5%보다 0.9%포인트 확대됐다. 물론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계속 하락세를 보이던 벌크선 비중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HMM은 지난해 7월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컨테이너와 벌크 사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벌크선의 사업 규모를 29척에서 2026년까지 55척으로 90%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웨트벌크는 25대로, 드라이벌크는 30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HMM이 제3의 길로 방향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지금 당장 HMM이 할 수 있는 일이 벌크선 비중을 늘리는 것 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길은 완전히 기업의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이며 MSC의 길은 선복량을 늘리는 데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HMM은 ‘주인없는’ 기업이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 놓여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HMM이 굵직굵직한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자금력이 우수하고 해운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주인이 하루 빨리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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