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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마지막 자리 부회장, 위상과 역할도 각양각색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8-12 11: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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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경영인 마지막 자리 부회장, 위상과 역할도 각양각색  
▲ 최지성 삼성그룹 부회장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회장이라는 자리는 대개 오너의 몫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문경영인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사실상 부회장이 마지막이다.

주요 그룹의 경우 부회장의 자리도 손에 꼽을 정도여서 부회장에 오르는 것은 전문경영인으로서 대단한 영예이기도 하다.

부회장의 직함은 같지만 실제  맡고 있는 역할을 각양각색이다.

회장을 모시는 참모형 부회장부터 직접 경영을 이끄는 야전형 부회장,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형 부회장 등이다. 오너 일가도 부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 회장님의 그림자, 참모형 부회장

재계에서 부회장의 이미지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총수인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2인자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대부분 총수에 집중된 경영체제로 움직여 왔기에 회장을 보좌하는 참모형 부회장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최지성 삼성그룹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 등이 참모형 부회장이다.

이들은 회장 비서실을 거치면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며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중추적인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지성 부회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을 맡고 있으며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이다. 이상운 부회장은 과거 전략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효성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2인자형 부회장들의 권한은 총수를 제외하면 설령 오너 일가 혹은 후계자라 할지라도 쉽게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 그만큼 짊어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도 오너일가에 버금간다.

아직도 그룹의 2인자 자리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부회장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최지성 부회장과 바통터치를 했지만 최지성 부회장의 존재감은 이학수 전 부회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회장 비서실장과 전략기획실장을 지내며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자 그룹 실세로 자리잡았다. 이 전 부회장은 특히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 특검에 모든 죄를 인정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다. 롯데그룹과 오너일가가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까지 대를 이어 총수를 모신 이 부회장에게 관심이 집중도되고 있다.

이 부회장 역시 10년 가까이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맡아 오너 일가를 보좌해 그룹 경영을 이끌어 왔다. 재계 안팎에서 이 부회장이 과거 이학수 전 부회장처럼 검찰 수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 이 사업은 내가 맡는다, 야전형 부회장 

이제는 기업경영이 고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야전형 부회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경영인 마지막 자리 부회장, 위상과 역할도 각양각색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대표적인 야전형 부회장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10년 넘게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LG그룹에서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에 오기 전에도 최고경영자였다. 1998년 P&G 쌍용제지 대표이사로 시작해 CEO 근무경력만 20년이 다 돼간다.

오랜 기간 CEO 직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차 부회장이 차별적인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에서 2005년 3분기부터 44분기 연속 매출을 늘렸다. 영업이익은 45분기 연속 증가했다. LG생활건강 시가총액은 차 부회장 취임 이후 40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차 부회장은 2011년 LG그룹에서 외부 출신 인사 가운데 최초로 부회장이 됐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SK그룹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야전형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에너지화학위원장까지 맡게 돼 SK그룹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도 남다른 권한과 책임으로 그룹 주력 계열사를 맡아 이끌고 있다.

간혹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부회장을 넘어 회장 자리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맡는 경우는 총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정수창 전 두산그룹 회장, 김병진 전 대림산업 회장 등도 오너 회장님을 대신해 그룹 경영의 키를 잡았다.

◆외길 걸어 최고 자리에, 전문가형 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회장이 10명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유독 많다.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많은 이유는 분야별 전문가에게 부회장의 지위를 주기 때문이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이 대표적이다.

양웅철 본부장은 기계설계학 박사 출신으로 포드자동차 연구개발센터에서 근무하다 2004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에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양 본부장은 현대차의 친환경차 개발과 전장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양 본부장을 2011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역시 부회장이다.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현대차그룹 전장부문 계열사 대표이사를 거쳤다. 권 본부장은 2013년 미국 대량 리콜 사태로 잠시 물러나는 아픔도 있었지만 3개월 만에 본부장으로 복귀했다. 복귀 후 1년여 만에 부회장에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노무담당을 맡고 있는 윤여철 부회장도 있다.

윤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력 대부분을 노무관련 부서에서 보냈다. 2004년 노무관리담당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사장, 200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노조원 분신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나 2013년 다시 부회장으로 돌아와 현대자동차그룹의 노무업무를 맡고 있다.

두산그룹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현순 두산 부회장 역시 현대자동차 출신이다.

이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2008년 부회장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현대차 최초 독자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쎄타엔진, 람다엔진, 타우엔진 등 현대차 기술을 이끈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2011년 3월 양웅철 당시 사장에게 연구개발총괄본부장 자리를 넘겨주고 사임했고 그해 7월 두산인프라코어 자문역에 위촉됐다.

두산그룹은 차세대 전차용 엔진개발을 위해 이 부회장을 영입했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두산그룹 최고기술책임자 협의회를 이끌며 기술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마지막 자리 부회장, 위상과 역할도 각양각색  
▲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오너일가 부회장도 각양각색

오너 후계자로 부회장을 달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경영승계를 마무리 하기 전 후계자들이 밟는 마지막 경영수업 과정이 부회장 자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은 차근차근 경영수업 단계를 밟아와 지금 위치에 올랐다. 부회장으로서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회사를 대표하는 역할도 소화하고 있다.

언젠가 회장 취임이 유력시되지만 재계의 분위기는 과거처럼 젊은 나이에 그룹 회장에 등극하지 않는 추세다. 특히 부친이 경영활동을 활발히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일선에서 물러났을지라도 예우하는 차원에서 회장에 취임하지 않고 부회장에 머물기도 한다.

오너 후계자들만 부회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너일가 중에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부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허 부회장은 30년 경력의 대부분을 GS칼텍스에서 보내면서 전문경영인 이상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최 부회장은 사실상 SK그룹에서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SK케미칼 소그룹을 10여년째 이끌고 있다.

이 외에 경영승계 과정에서 징검다리이자 멘토로서 역할을 다 하는 오너 부회장들도 있다. 이들은 경영승계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오너 경영 공백을 메우면서 성공적으로 승계를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에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다.

재계에서 구본준 LG 부회장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구 부회장은 아직 30대인 LG그룹 후계자 구광모 LG 상무가 경영수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그룹 경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신성장추진단장으로서 LG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핵심 키를 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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