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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이해욱, '회장 같은 부회장'과 아버지의 무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8-12 11: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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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이해욱, '회장 같은 부회장'과 아버지의 무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계는 창업 오너 3~4세로 경영권 승계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오너 후계자들은 원숙한 경영능력을 갖추고 사실상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이끄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가장 마지막에 물려받는 자리가 바로 회장이다.

그런데 선대 오너로부터 경영권과 지분까지 모두 물려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부회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부친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가업으로 그룹을 승계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그룹을 키운 선대 오너가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회장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오너 후계자들이 부친의 무게를 견디는 처지에 놓여있는데 상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 이재용, 회장 같은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이미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그룹의 회장으로 바라본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몸져 누운 뒤로 사실상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이 가까워 올 때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가능성이 주목을 받는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제 회장 취임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는 경영권의 실질적 승계를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로 볼 때 경영복귀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데다 이건희 회장 사망설 찌라시, 이건희 회장 성매수 동영상 등 잡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과 관련한 여러 소문에도 삼성그룹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이 부회장의 존재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삼성그룹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해 이재용 체제를 확고하게 굳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부친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먼저 물려받았다. 이 부회장은 메르스사태 때 삼성서울병원의 실책을 사과하며 그룹 총수의 책임을 다했다.

또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확보했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는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배력 확대 차원이지 이미 경영권 승계는 끝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회장 취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이 부회장은 여전히 부회장으로 남아있다.

비록 병석에 있기는 하지만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회장 취임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물산 합병 등 그룹 지배권 확보 과정에서 파행이 빚어지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 이해욱 김남구, 선대 오너에 대한 예우

대림산업은 현재 5년째 회장이라는 자리가 비워있다.

대림산업 오너2세인 이준용 명예회장은 2006년 말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고 전문경영인인 이용구 전 회장도 2010년 말 퇴임했다.

  이재용 이해욱, '회장 같은 부회장'과 아버지의 무게  
▲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왼쪽),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2010년 2월부터 부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해욱 부회장은 2005년 부사장에서 사장을 거치지 않고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미 부회장 재임기간이 6년으로 부사장 재임기간 5년을 넘어섰다.

대림산업에 회장이 없고 이 부회장이 부회장에 오른 지 오랜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많다.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를 합병하며 지주회사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친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도 회장에 취임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회장 승계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 투자 등 중요한 경영 현안을 모두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점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운전기사 폭행 논란이 일자 빠르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여전히 대중의 시각은 싸늘하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오랫동안 그룹을 이끌어 왔고 지분승계도 마쳤다는 점에서 이해욱 부회장과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03년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해 김 부회장이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20.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김 부회장의 부친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만 81세의 고령에도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동원그룹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계에서 김남구 부회장이 부친을 존중해 회장에 오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정용진 정의선, 지분 승계가 먼저

정용진 부회장은 부회장 재임기간만 놓고 보면 재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길다. 정 부회장은 2006년 11월 부회장에 올라 만 10년 가까이 부회장에 머물고 있다.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두 생존해 있기 때문에 정 부회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부회장에 머물 것으로 여겨진다. 이명희 회장은 만 72세지만 직접 그룹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재용 이해욱, '회장 같은 부회장'과 아버지의 무게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 부회장은 최근 들어 동생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그룹 경영권을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정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때만 해도 정 사장은 전무였다. 사실상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을 승계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정 사장이 총괄사장에 오르며 역할을 확대했다. 올해 4월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과 정유경 사장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두 사람이 이마트와 신세계를 맡아 경영능력을 평가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 부회장으로 지분승계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회장에 취임하는 것보다 신세계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이 먼저다.

정 부회장은 2007년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을 넘겨받으면서 증여세 명목으로 34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납부했다. 이 때문에 다시 이명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때도 편법보다 정정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정공법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5년 세법개정으로 증여세 현물납부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전처럼 주식으로 세금을 낼 수 없다. 이명희 회장의 이마트 지분가치가 8천여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정 부회장은 4천억 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정용진 부회장과 비슷한 처지다.

정의선 부회장은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부친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자동차 지분은 2.28%로 정몽구 회장(5.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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