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가 다음 회장 선정 과정에서 내부와 외부 후보 사이 공정성을 이례적으로 강조하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몰린다.
당초 KB금융지주 회장 승계는 윤종규 회장이 연임하거나 양종희, 이동철, 허인 등 부회장 3명 가운데 1명이 회장에 오르는 등 ‘집안싸움’이 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졌는데 존재감 있는 외부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 KB금융지주는 20일 다음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갔다.
21일 KB금융지주가 전날 발표한 다음 회장 선임 절차를 보면 내부 후보와 외부 후보 사이 평가나 기회 측면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KB금융지주는 먼저 1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외부 후보자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2차 숏리스트 3명에 포함되기 전까지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외부 후보에게 내부 후보보다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제공하고 내부 후보자와 비교해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세부적 평가 기준과 KB금융지주의 내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가 이례적으로 경영승계 절차 내용과 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내부와 외부 후보 사이 공정성을 강조한 데에는 금융당국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최근 KB금융지주의 회장 승계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원장은 6월29일 서울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KB금융지주 회장 승계절차가 업계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런 의미에서 평가기준이나 후보선정 등에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는 등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내부 승계 원칙을 깨고 차기 회장 후보군에 외부 인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경영승계 규정을 바꾸었는데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폐쇄적 지배구조라고 지적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외부 출신이 최고경영자에 오를 가능성을 차단하면 기존 임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사실상 없어지는 만큼 내부 출신들만이 최고경영자에 오를 수 있다는 분위기를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가 회장 승계에서 외부 후보에도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면서 금융권에서는 이런 방침이 승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 (왼쪽부터) 허인, 이동철, 양종희 부회장이 '포스트 윤종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지주 다음 회장 선임을 놓고 윤종규 회장의 4연임이나 3인 부회장의 새 회장 등극 정도 얘기가 나오던 데서 확장해 금융 관료 출신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새롭게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 회장을 맞은 금융지주 4곳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등 2곳이 내부 출신이 아닌 관료 출신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내부와 외부 후보 사이 기회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그동안 외부 후보를 단순히 들러리로 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물리치고 내부 출신 회장을 뽑더라도 이전과 비교해 명분을 강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던 2017년 함께 숏리스트에 들었던 인물은 김옥찬 당시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당시 KB손해보험 사장 등으로 모두 내부 출신이었고 두 사람이 최종면접을 고사하면서 윤 회장이 단독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윤 회장이 세 번째 연임을 확정했던 2020년 8월에는 허인 당시 KB국민은행장, 이동철 당시 KB국민카드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4명이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4명 가운데 김병호 전 부회장만 외부 출신이었다.
당장은 KB금융지주 내부 출신이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KB금융지주가 그동안 3인 부회장 체제를 운영하며 후계자 양성에 공을 들이기도 했고 회장이 중징계를 받았던 우리금융지주 등과는 놓여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20일 다음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앞으로 모두 4번의 회의를 거쳐 9월8일 다음 회장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8월8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한 뒤 8월29일 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