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7-12 14: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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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여당이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실업급여로 받은 돈이 일할 때 받는 세후급여보다 더 많은 '역전현상'을 지적하면서 실업급여를 삭감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실업급여 개편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7월 국회에서 ‘실업급여’가 여야의 또 다른 쟁점법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민당정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노동특위위원장,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 제도가 실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불공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참석자들은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고 재취업하려 노력하는 분들이 보호받는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실업급여 개편작업에 착수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현장 및 전문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실직자가 더욱 빨리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현재 ‘최저임금의 80%’로 명시된 ‘구직급여’ 하한액을 손질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고용보험기금에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나뉜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법 개정을 통해 구직급여 수급 기간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실업급여 기준액은 하루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확대했다. 다만 실업급여 지급 수준과 기간을 확대하는 대신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췄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48.7%나 오르면서 실업급여 하한액도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기준으로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의 80%에 미달하면 하한액으로 월 184만7040원이 지급된다. 최저임금(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01만580원)에서 4대 보험료와 세금을 공제한 최저임금 실수령액이 실업급여 하한액보다 적은 현상이 발생한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여 명 가운데 45만여 명이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많이 받은 ‘역전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이자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지난해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은 179만9800원으로 최저 월 실업급여 184만7040원보다 적다"며 "출퇴근 비용과 식비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업이 일하는 것보다 더 버는 형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하는 개미보다 베짱이를 더 챙겨준다는 여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미 실업급여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을 답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홍석준 의원이 지난 5월 실업급여 피보험 단위 기간을 180일에서 10개월로 연장하는 대신 구직급여 하한액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도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통해 구직급여 하한액을 현재 최저임금 80%에서 60%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개편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했을 때 실직자들이 받게 되는 액수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60%로 낮추면 구직급여 하루 하한액(8시간 근무 기준)은 현재 6만1568원에서 4만6176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1천명 가운데 하한액을 적용받은 사람은 119만2000명(73.1%)에 이른다. 하한액 감소로 영향을 받는 인원이 많다는 의미다.
당장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양대 노총은 고용보험 제도개선 TF에 참여하고 있었으나 논의 방향이 실업급여 축소로 흐르자 불참을 선언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 5월24일 공동성명을 내고 “2022년 실업급여 수급자의 73.1%가 급여 하한액 적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대비 소득대체율(실업급여의 하한액)마저 낮춘다면 저임금노동자의 실업기간 동안 생계유지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은 고용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가 여소야대인 점을 감안할 때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이재명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7월12일 고위급정책협의회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최근 노총과의 연대를 이어가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만큼 실업급여 축소에 반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고용보험법 개정을 논의할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국회 환노위)는 민주당 소속인 박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미 주69시간제로 논란이 된 근로시간 개편, 노란봉투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회 내 전장 중 한 곳인 만큼 실업급여 개편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기에 실업급여 지급을 줄이려는 정부여당과 달리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실업급여 지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공약하기도 했다.
현재 '자발적 퇴사자'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대표는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청년에게도 실업급여를 한 차례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으로 청년 일자리 5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청년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며 "적어도 생애 한 번은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김민석 정책위의장, 박정 환노위원장 등과 함께 한국노총을 방문하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진행하며 공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한국노총과 연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불의한 권력으로부터 노동자의 삶을 함께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