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을 쇄신하겠다며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존재감이 희미하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에 대응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당의 혁신은 관심사에서 밀려나고 있다.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7월6일 혁신위원회 회의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당 운영권을 쥐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비명(비
이재명 )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김은경 혁신위의 위상이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김은경 혁신위가 출범 한 달이 가까워오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은경 혁신위를 두고 “아무리 뜻이 있고 뭐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제약들로 한계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금까지 김은경 혁신위가 당에 관철시킨 쇄신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혁신위는 혁신안 1호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놨지만 당 지도부로부터 명확한 답을 받지 못헸다. 민주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하지 않겠다는 태도 만을 보였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1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론으로 정할 수도 없고 확인도 안 된다”며 “저희가 실현 가능한 답변을 드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지난 2일 2호 혁신안으로 비위 의혹을 받는 인사가 당 조사 또는 징계 절차 시작되기 전에 자진 탈당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꼼수탈당’ 방지책 발표를 예고했지만 정식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지도부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혁신위가 꼼수탈당 방지책을 예고한 뒤 민주당이 부동산 문제로 자진탈당했던 김홍걸 무소속 의원을 복당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듯 김남희 혁신위원은 6일 혁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지금 혁신위만 만들어 놓고 남 일 보듯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민주당 혁신위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자 국민의힘은 ‘혁신위 해체’를 언급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김은경 혁신위를 향해 “이쯤되면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총사퇴하고 혁신위를 해체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존재의 이유조차 상실한 채 갈팡질팡하며 허공을 떠도는 미아가 돼 버렸으니 딱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가 지난 4월 9일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명낙회동’이 성사되면서 혁신위의 힘이 더욱 빠지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두 사람이 당 혁신 방향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귀국한 뒤 민주당 혁신을 두고 "당의 눈높이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뤄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공개로 진행될 '명낙회동'에서 총선 전까지 민주당의 방향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내 현역의원들에게 혁신위보다 전·현직 대표 사이의 합의나 논의가 더욱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회동에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윤석열 정부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당분간 친명(친
이재명 )계와 비명계의 계파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혁신위는 10일 민주당 원로모임과 만남을 시작으로 기자간담회, 청년 정치인 회동 등 활동 폭을 넓히는 동시에 여론 수렴에 나서면서 당 혁신 동력을 키운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지난 6일 홈페이지를 열고 △윤리강화 △정당제도 개편△정당 역량강화 부문의 ‘국민 혁신 제안’을 받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혁신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대여 총력 투쟁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내부 혁신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장외투쟁은 물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와 관련해 오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현안질의를 한다. 또 권영준, 서경화 대법관 후보자와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 방송법 본회의 의결도 7월 국회에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혁신위가) 너무 조급하게 빨리 안을 발표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나중에 좀 더 진지한 내부 논의를 통해서 잘 정리되면 그때 발표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