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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6월] 전기차 시대, 현대차그룹 발목 잡을 수 있는 2가지

박창욱 기자 cup@businesspost.co.kr 2023-06-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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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세계 20대 완성차업체 가운데 13위'. 미국의 비영리단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최근 실시한 전기차 전환 평가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받아 든 순위다. 

'글로벌 톱티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향한 평가치고는 매우 박한 수치로 보인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를 향한 다른 기관들의 평가뿐 아니라 실제 판매량 성과와도 동떨어져 있다.
 
[데스크리포트 6월] 전기차 시대, 현대차그룹 발목 잡을 수 있는  2가지
▲ 세계 주요 자동차 시상식을 휩쓴 현대차 아이오닉5(왼쪽)와 기아 EV6의 모습.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기아의 EV6는 '2023 북미 올해의 차(NACTOY)' 시상식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고 지난해엔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를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모두 휩쓴 것이다. 이밖에 다른 시상식에서 거둔 수상 실적을 모두 얘기하는 건 입이 아플 정도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디자인과 성능에 관한 평가는 좋은 판매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제약을 딛고 이뤄낸 성과다. 현대차그룹은 대부분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북미 지역에서 리스 판매와 할인에 나서며 1분기에 이어 2분기 판매도 순항하고 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여서 전기차 전환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에 1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매겨졌을까. 

국제청정교통위원회 역시 현대차와 기아의 기술력은 높게 쳤다. 충전 속도, 주행가능거리, 배터리 재활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점수를 줬다. 그럼에도 낮은 순위를 받아 든 이유는 전기차 비전과 재생에너지 사용에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다른 완성차 제조사와 비교해 전기차 목표를 낮게 잡아 전략적 비전 항목에서 100점 만점에 20점에 머물렀다. 재생에너지 구매 항목에선 11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 두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으며 순위가 하락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현대차와 기아 합산 36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판매목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7%가량이다. 

폭스바겐그룹이나 스텔란티스, GM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절반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과 비교하면 다소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려면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기업임에도 세계 주요국에서 생산기지를 넓히는데 제약이 있는 셈이다.

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2021년 기준 자국 생산 비율이 47.9%로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 20%포인트가량 높았다. 현대차그룹에서 내놓은 계획을 보면 전기차도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비율로 생산한다.

IRA에서 보듯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 공급망을 위해 현지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시대에도 높은 비율의 자국 생산을 고수해야 한다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재생에너지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사업 경쟁력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데스크리포트 6월] 전기차 시대, 현대차그룹 발목 잡을 수 있는  2가지
▲ 현대차와 기아 본사 모습.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전기를 많이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머문다.

2021년 기준 국내 전체의 풍력, 태양광 전력 공급량은 27TWh(테라와트시) 수준인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용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같은 해 삼성전자 단 한 곳에서만 25.8TWh의 전기를 썼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23년 풍력,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가 미국의 총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7.5%에 불과한데 이를 2036년까지 28.9%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올해 1월 내놨다. 13년이나 지나야 미국의 현재 수준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2030년 30%였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계획을 최근 오히려 20% 대로 축소했다. 재생에너지의 보급과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종자)'에서 전기차 시대 '퍼스트 무버(선도자)'를 향해 내달리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라는 기본적 사업 환경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강화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데다 RE100은 조만간 IT 분야뿐 아니라 전기차 같은 주요 산업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규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대차와 기아도 최근 RE100에 가입은 했지만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국내에서 필요한 수요를 모두 충당하기가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해외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노조와 협의야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같은 인프라 문제 만큼은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대차와 기아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더욱 빠르게 질주하기 위해 정부에서 당장 생색이 나는 금융과 세제 지원뿐 아니라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산업 인프라 조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욱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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