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맨해튼’ 여의도가 초고층 건물 밀집구역으로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어 건설·부동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여의도 국제금융특구 전경. <서울 영등포구> |
[비즈니스포스트] 용산 재개발과 압구정 재건축 등 서울시 곳곳에서 개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여의도가 초고층 건물 밀집지역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가까스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법에 합의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중소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로 몰리는 등 건설·부동산업계 찬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여의도 스카이라인 대변혁 예고
‘한국의 맨해튼’ 여의도가 초고층 건물 밀집구역으로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어 건설·부동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여의도 개발은 5년 전에도 추진됐으나 주택시장 안정을 이유로 들어 중앙정부가 반대하자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의도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시는 5월 말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해 발표했다. 핵심인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는 용적률 기본 1천%를 적용하고 친환경 및 창의·혁신디자인을 적용하면 1200%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높이 규제를 폐지해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파크원(333m)보다 높은 350m 이상 건축물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서울시는 4월 말 여의도 아파트지구 내 12개 단지를 9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용도와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내놨다. 200미터, 70층까지 아파트를 올릴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목화·삼부·한양·삼익·은하·광장·미성 아파트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최대 용적률 800%를 적용받고 장미·화랑·대교·시범아파트는 준주거지역으로 최대 용적률 500%를 적용받는다.
상업지와 주거지 모두 초고층 건물이 대거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면서 여의도가 마천루 전시장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에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주목해온 건설사들이 사업성 개선 기대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초고층 시공 경험을 갖춘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개발 계획이 본격화하면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 매각 추진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남서울본부 부지는 도심주거 복합지구 구역에 포함돼 있다.
한전은 지구단위계획안이 나오기 전에 남서울본부 매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의도 개발 청사진이 나오면서 매각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 전세리스크, 부동산·금융 넘어 사회문제 대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시행 첫날 795명이 피해자 인정을 신청했으며 피해자지원위원회 검토를 거쳐 이르면 6월 말 첫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 입법은 지원대상과 방법 등을 두고 여야 사이 이견을 보이며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안보다 요건을 완화해 적용대상을 폭넓게 확대하고 최우선변제금을 10년 무이자 대출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다만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채권으로 매입하는 선지원 후구상 방안은 특별법에 포함되지 않았다. 야권과 피해자단체 등이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정부여당은 세금으로 사기피해를 대납할 수 없다는 방침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은 특별법이 본질적 해법이 아니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빚에 빚 더하기로 책임을 오롯이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입법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피해자가 사망하는 비극적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5월24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 인천에서만 네 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5월11일 서울 양천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진 것까지 포함하면 전세사기로만 다섯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사기의 고의는 없지만 매매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전세보증금 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등 ‘전세리스크’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4일 발간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기간이 남은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는 4월 기준 16만3천 호로 8.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1월 5만6천 호(2.8%)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역전세 위험이 있는 가구 역시 2022년 1월 51만7천 호에서 4월 102만6천 호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세문제가 지속되면서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당장 주무부처 수장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한듯 싶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한준 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전세제도에는 문제가 있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발언의 여파가 지속되자 원 장관은 일주일 만에 “사회에 뿌리내린 전세제도를 제거하려는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5월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정부차원의 전세사기ㆍ깡통전세 추가대책 마련 및 대통령 면담 재차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버텨야 한다, 위기의 중소 건설사
주택시장 둔화와 원자재값 상승,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경색 등 건설업계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중소건설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13위에 오른 신일은 5월3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일은 해피트리 아파트 브랜드로 서울 방배에도 진출했고 지난해 매출 2천억 원대에 영업이익 33억 원으로 흑자를 내는 등 중견건설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자금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미 법정관리 신청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중견건설사가 적지 않다. 2월 시공능력평가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4월에는 133위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 5월에는 109위 대창기업의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는 939건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 업종 전환에 따른 기존 면허 반납, 복수 면허 중 일부 반납, 법인 전환에 따른 사업자번호 변경 등을 제외한 실질 폐업 건수도 600건으로 최다였다.
실질 폐업 건수는 2022년 2분기 394건, 3분기 397건, 4분기 535건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통상수준을 유지하던 건설업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3월 발간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중소건설사 가운데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12.3%에서 2022년 16.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년 후 부도 상태로 전환할 확률이 5%가 넘는 부실위험기업 비중도 11.4%에서 12.8%로 늘었다.
정부가 국가 핵심 산업인 건설업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우선 건설업계 위기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리에 착수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PF대주단을 꾸려 PF사업장 3600곳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채권재조정에 나섰다.
전 금융권이 참여한 PF대주단 출범 한 달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30개 사업장에 대주단 협약이 적용됐다. 이중 19곳은 기한이익 부활, 신규자금 지원, 이자유예, 만기 연장 등 사업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반면 부실위험이 높은 11곳은 협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PF대주단이 정상화 가능 사업장과 부실사업장을 솎아내는 중으로 파악된다. 김디모데 정책&건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