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전자·전기·정보통신

인텔 AI 반도체 고전에 기업가치 '흔들', 파운드리 대규모 투자 배수진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6-06 06:00:0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인텔 AI 반도체 고전에 기업가치 '흔들', 파운드리 대규모 투자 배수진
▲ 인텔이 1분기에 28억 달러(약 3조6600억 원) 순손실이라는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PC와 서버용 CPU 중심의 사업구조로 실적 악화를 겪은 인텔은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부문 투자를 늘리면서 삼성전자, TSMC와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은 결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같은 경쟁사의 성장에 수혜를 보겠다는 목표를 두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인텔은 대세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 뒤늦게 진입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 모바일 반도체 시장 진출에 실패했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은 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의 시장 변화에 한 발 늦게 대응한 결과로 실적과 주가흐름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은 1분기에 28억 달러(약 3조6600억 원)의 순손실이라는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17억 달러(약 15조2820억 원)로 작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36% 감소했다. 

주가흐름 또한 부정적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주가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2년여 만에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인텔 주가는 2021년 2월12일 61.81달러에서 2023년 6월2일 31.31달러로 하락했다. 

자산운용사인 지브롤터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앤드류 보이드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인텔은 현재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을거라 보지 않는다”며 “15년 가까이 인텔은 우리 회사의 핵심 투자처였지만 올해 1월에 인텔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의 이러한 모습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시스템반도체 경쟁사 엔비디아의 행보와 대조된다고 짚었다.

인텔이 PC와 서버용 CPU 중심의 사업구조를 장기간 유지하다 시장 침체에 직격타를 맞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최근 수 년 동안 PC용 그래픽카드 중심이던 사업체질을 빠르게 바꿔내며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의 대유행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의 변화를 추진해 왔다.

엔비디아는 A100과 H100 등 인공지능 기술에 최적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출시하고 인공지능 전문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였다. 

신기술에 신속히 대응한 엔비디아는 인텔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동안 15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해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05조 원)를 돌파하며 사실상 미국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자리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인텔의 시가총액은 엔비디아의 8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기술에 어떻게 대처했느냐가 두 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크게 차이나게 만든 것이다. 

인텔과 엔비디아의 격차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큰 성장 잠재력이 확실시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독과점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공지능 반도체를 사용하는 서버 시장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연 평균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또한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70%가량 된다고 집계했다. 

인텔도 다양한 인공지능 반도체 라인업을 개발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로서 이미 탄탄한 수요를 구축한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일이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진스너는 증권전문지 마켓워치를 통해 “인텔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성장세를 누리지 못한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인공지능이라는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한 인텔의 모습은 과거 인텔이 모바일 반도체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데도 진출을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전문지 배런스는 인텔이 인공지능 분야를 놓친 것은 과거 모바일 분야를 소홀히 했던 것과 같은 전략적 패착이라고 짚었다. 

개인용컴퓨터(PC) CPU 시장에서 당시 독점적 지위였던 인텔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6년 애플이 아이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과 생산을 요청했을 때 이를 거절했다. 

아이폰이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시장에 미칠 영향과 발전 가능성을 잘못 판단해 사업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던 인텔은 결국 당시 선택으로 퀄컴과 애플 등 반도체 후발주자들에 모바일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인텔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도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유일한 길은 이전부터 기술력을 갖춰 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텔 AI 반도체 고전에 기업가치 '흔들', 파운드리 대규모 투자 배수진
▲ 인텔은 수백억 달러의 투자금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각지에 파운드리 생산시설과 연구개발단지를 짓고 있다. 사진은 미국 오하이오주 리킹 카운티에 200억 달러 규모로 건설되는 인텔 파운드리 생산설비 조감도. < Intel >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최소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인텔은 미국과 유럽 각지에 파운드리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시설을 다수 만들고 있다. 투자 금액을 모두 합하면 100조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 신사업 분야로 적기에 진출하는 데 실패하자 엔비디아와 같은 인공지능 분야 선발주자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해 시장 성장에 수혜를 노리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5월30일 대만 IT전시회인 컴퓨텍스에서 “인텔과 함께 인공지능 반도체를 생산하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며 “최근 인텔이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테스트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TSMC에 편중된 엔비디아 GPU 위탁생산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공격적 투자로 파운드리 기술을 확보해 나가는 인텔을 위탁생산자로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텔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내걸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1분기 기준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13%를 기록해 59%인 TSMC에 이어 2위를 점하고 있다. 

인텔의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지만 대규모 투자가 결실을 거두어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늘린다면 삼성전자의 2위 위치도 안전하지 않다.

결국 엔비디아가 촉발한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이 시스템반도체 ‘거인’ 인텔의 파운드리 중심 변화를 주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와 오래 전부터 파운드리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기회를 두고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호 기자

최신기사

'윤석열 탄핵 후폭풍' 국힘 최고위원 5명 전원 사퇴, 한동훈 지도부 붕괴 앞둬
외신 윤석열 탄핵 놓고 "계엄 도박 역효과", "신념 고집에 여당도 돌아서"
한동훈 "윤석열 탄핵 할 일을 한 것", 당내 책임론에 사퇴 거부 의사 보여
탄핵 윤석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 위해 최선"
이재명 "윤석열 파면 조속히 이뤄지게 싸워야, 새로운 나라 만들어야"
민주당 윤석열 탄핵 이어 특검·국정조사도 추진, 정국 주도권 굳히기 나서
한덕수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에 "마음 무거워", "국정안정에 노력 다할 것"
민주당 "윤석열 직무정지는 12·3 내란 수습의 첫 걸음" "내란 특검 빠르게 구성할 것"
국회의장 우원식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헌법재판관 임명 서두르겠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서 찬성 204표로 가결, 국민의힘 12표 이탈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