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3-06-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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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공석이 된 한국전력공사 사장 후보와 관련해 하마평이 무성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거센 외풍에 한전 사장 인사가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공석인 한전 사장 자리를 놓고 다양한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정치권의 일정을 고려하면 한전 사장의 인선 작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공석인 한전 사장 자리를 놓고 다양한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전 사장은 통상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이 맡아 왔다.
정승일 21대 사장을 비롯해 김종갑 20대 사장, 조환익 19대 사장 등 최근 한전 사장을 지낸 전 사장은 모두 산업부 차관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행시 27회),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행시 25회), 한진현 전략물자관리원 이사장(행시 25회), 조석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대표이사(행시 25회) 등 산업부 차관 출신 인사들이 현재 한전 사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심지어 올해 5월 전격적으로 교체된 박일준 전 산업부 차관도 거명된다. 박 전 차관의 교체 당시에는 경질성 인사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사실은 한전 사장 임명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관 출신은 아니지만 김동준 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역시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산업부에서는 에너지자원실장, 신산업정책관 등을 지냈으나 이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수석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이번 한전 사장 인사에서는 관료 출신이 아닌 학계 혹은 정치권 인사가 선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서는 관료 출신이 아닌 인사의 임명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관료 외 출신 인사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손양훈 인천대 교수 등이 사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전 사장을 놓고 다양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 인선 작업에 속도가 붙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기업 사장 인선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모, 서류심사, 면접심사 등을 거쳐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검증 및 심의·의결, 산업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 등 통상 3개월이 걸린다.
정 전 사장의 사표가 수리된 시점이 5월19일인 만큼 후임 사장 인선 절차는 아무리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8월 말께에나 마무리된다.
다만 한전 사장 인사에서 정치권의 영향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중요한 변수다.
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이고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언제나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려 왔다.
이번 정 전 사장의 사직 역시 여권의 압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차기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임명하는 첫 한전 사장이 된다.
문제는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4월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내에 치러지는 유일한 총선으로 정권 중반 이후 국정 운영 동력을 좌우할 선거인 만큼 여권은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는 정치권이 사실상 총선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사장은 차관급 이상 인사가 맡는 자리인 만큼 후보군이 총선 후보군과 겹칠 수 있다. 여권 내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해지므로 사장 인선의 속도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전 사장 인선을 놓고 야당이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여권에는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29일 홍성국 원내대변인 서면브리핑에서 “한전 사장 선임을 위해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 절차를 서둘러야 할 판에 오히려 5월26일 예정됐던 정기 이사회 일정이 취소됐다”며 “국내 최대의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 사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 카드를 쥔 정부, 여당의 손가락이 간질간질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한전 사장 인선에서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정치권발 낙하산 인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비전문가를 앉힌 나쁜 선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