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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자격 답안지 채점 전 파쇄, 이사장 어수봉 고개 숙여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3-05-23 16: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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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국가기술자격 시험 답안지 채점 전 파쇄 사태에 고개를 숙였다.

어 이사장은 재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600명 넘는 피해 수험생이 나와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집단소송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자격 답안지 채점 전 파쇄, 이사장 어수봉 고개 숙여
▲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5월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수봉 이사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자격검정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에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와 관련해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겠다”며 “저를 비롯해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4월23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연서중학교에서 진행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답안지 609장이 공단의 실수로 채점되기 전에 파쇄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는 정기 기사·산업기사 시험은 정보처리기사, 전기기사, 토목기사, 산업안전기사, 건축기사, 가스기사 등 산업 전반의 전문성을 검정하는 시험이다.

시험은 1년에 4회 정도 실시되는데 자격증 종류가 많고 수요도 다양하다보니 다양한 직종이 한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게 된다. 연서중학교에서 진행된 실기시험에서도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모두 61개 종목에 609명이 응시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서부지사는 시험이 끝난 뒤 관할 16개 시험장에서 나온 답안지를 포대 18개에 담아 공단 본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답안지들은 1차적으로 공단 본부에 보관한 뒤 다음 날 채점 센터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보관해야 할 답안지와 폐기해야할 인쇄물·파지 등을 구분해 나누는 작업이 진행된다. 보안 문제로 시험장에서 나온 문서는 모두 수거해 폐기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무 담당자가 연서중학교에서 온 포대 1개를 ‘폐기물 포대’라고 착각해 다음날 파쇄하면서 일어났다.

공단이 답안지가 채점되기도 전에 파쇄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시험이 끝난 뒤 한 달이 지난 20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점 센터에서 답안지 채점을 시작하게 되면서 종목별 응시자 수와 답안지 수가 일치하지 않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어 이사장은 피해 수험생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피해 수험생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자격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6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한다. 추가시험 결과는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인 6월9일 같이 발표한다.

시험 결과 발표가 급하지 않은 수험생은 6월24일과 6월25일에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한다.

피해 수험생은 해당 기간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시험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시험장 접근성을 고려해 희망지역에 위치한 공단 소속기관에서 응시할 수 있게 지원도 한다.

추가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에게는 응시 수수료를 환불해주기로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외에도 추가적인 피해 보상책을 마련한다는 방침도 마련했다.

어수봉 이사장은 “정신적인 피해를 따지면 거의 무한대지만 상식적으로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실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교통비나 재응시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비용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어 이사장은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응시자 609명 전원에게 개별 연락해 피해 수험생 지원 대책을 설명하고 사과를 전달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다만 답안지 파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데다 공단이 한 달이나 지나 인지했다는 점에서 피해 수험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사 시험 관련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피해 수험생들이 연대해 공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글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파악된다.

어 이사장이 성난 여론을 진화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 이사장이 국가기술자격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온 혁신대책을 향한 신뢰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 이사장은 "이번 사고를 겪으며 단순 미세조정, 형식적 퍼포먼스 등으로 근본적 혁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기게 됐다"며 "자격검정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점검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탄탄히 신뢰를 쌓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어수봉 이사장은 195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를 맡는 등 30여 년 동안 고용과 인력개발, 노사관계 분야에서 연구·정책 활동을 수행한 고용노동 전문가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초대 중앙고용정보원장을 거쳐 문재인정부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양극화해소와고용플러스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3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2024년 3월2일까지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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