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가 누구지?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KBS를 방문해 개그콘서트의 코너 이름인 ‘만수르’를 다른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KBS 관계자가 17일 전했다.

만수르는 KBS 개그콘서트가 지난 13일 새로 선보인 코너다. 아랍 전통복장을 입은 개그맨이 등장해 부자를 과장되게 표현해 웃음을 유발한다. 가령 레오나드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를 1500억 원에 낙찰받은 뒤 “중고라서 싼 것 같다”고 말하는 식이다.

만수르는 실존인물이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으로 국제석유투자회사(IPIC) 사장이며 아랍에미리트연합 부총리다.

그는 아부다비 왕가의 왕자이며 그의 형은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대통령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아부다비, 두바이 등 7개 아랍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석유공사는 국제석유투자회사와 거래하고 있는데 개그콘서트의 만수르 코너 때문에 정부가 추진중인 석유 관련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해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

만수르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축구단 맨체스터시티FC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만수르는 최연소이자 가장 돈이 많은 구단주가 된 뒤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축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만수르는 팀을 인수한 직후부터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며 특급선수들을 사들였다. 그 결과 맨체스터시티는 인수 4년 만인 2012년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4년 동안 맨체스터시티 선수단과 경기장 등에 쏟아 부은 돈은 9억3천 파운드, 우리 돈으로 1조7200억 원이다.

만수르의 재산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개인재산은 대략 34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가족들의 재산까지 합치면 1천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재산은 12조9천억 원이다.

석유공사는 만수르가 석유공사의 거래 대상인 국제석유투자회사를 이끌고 있는 데다 한 국가의 부총리이기 때문에 그를 희화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만수르가 이끌고 있는 국제석유투자회사는 대외 석유투자를 위해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아부다비석유공사가 1984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48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다. 세계 각국의 석유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업도 다수다.

만수르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방문해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식에 참석했을 때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대표로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만수르와 함께 양국간 원전분야 고급인력 진출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만수르는 1970년생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4년 아랍에미리트연합 대통령실 장관을 거쳐 2009년부터 아랍에미리트 부총리를 맡고 있다.

재계에서 영향력 역시 막강하다. 만수르는 2006년까지 퍼스트걸프은행(FGB)의 회장을 지냈으며, 2008년부터 지금까지 국제석유투자회사 회장과 에미리트 경마 시행체(EHRA)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만수르는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바클레이은행의 최대주주이자 다임러벤츠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크라이슬러 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총 4개의 축구단을 갖고 있는 구단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