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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 반도체 토론회, "기술주권 지켜야" "모든 나라가 한국 필요하게"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3-04-26 16: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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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 반도체 토론회, "기술주권 지켜야" "모든 나라가 한국 필요하게"
▲ 양향자 무소속 국회의원이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미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대응’ 토론회를 주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는 첨단산업을 넘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기술이자 안보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춰 경제산업뿐 아니라 통상안보 분야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산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국회에 모였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미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대응’ 토론회를 열어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주권을 지켜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의원은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도체 패권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미국의 반도체 유일주의를 향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였다.

지난 2월 미국이 발표한 520억 달러 보조금 지급 심사기준(칩스법)에는 중국 공장 반도체 투자 제한, 초과이익 공유, 기밀 정보 제공 등 우리 기업이 받아들이기 힘든 독소조항들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40%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D램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안전장치(가드레일) 규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양 의원은 그나마 K-칩스법 패키지 가운데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첨단전략사업의 투자 세액공제율이 대폭 확대돼 새로운 투자처를 검토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시선이 대한민국으로 쏠리고 있다고 바라봤다.

대표적 사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를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 이 토론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학계와 산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추가적 입법을 마련해 대한민국 반도체 기술 주권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덕균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황철성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김용석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차세운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팀장, 이은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천기술과장 등이 참석했다.

반도체 산업을 향한 정치권의 관심을 반영하듯 안철수 손석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등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안 의원은 축사에서 “반도체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며 “대만에 TSMC가 없었다면 어쩌면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용인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문제뿐 아니라 안보를 포함한 모든 문제가 과학기술에 달렸다”며 “오늘의 미국 반도체 유일주의 공동대응이야말로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사이에 끼어있는 대한민국이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독소 조항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황철성 교수는 한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 공장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키울 수 없게 되는 조항을 지적하며 "생산량을 아예 늘리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지금까지 웨이퍼 투입량을 늘려서 생산 비용을 메워 왔는데 그 방법을 아예 막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한국 기업이 '칩 면적 축소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낸드플래시에 적용하면 가드레일 조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디램에는 해당 기술을 적용할 수 없어 가드레일 조항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 교수는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에 차세대 첨단 공정 장비를 도입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어디까지 확보하느냐가 문제"라고 바라봤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반도체 인력 양성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덕균 교수는 “미국의 칩스법은 결국 인재 육성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394페이지 가운데 인력(Workforce)가 131번 언급됐는데 이는 반도체(116회)보다 더 많은 횟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 파트너십 조건이 있는데 반드시 미국 인력 육성·투자를 요구한다”며 “미국은 강력하고 장기적인 인력 육성 전략이야말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중국과 대만 또한 인력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집적회로를 1급 학과로 지정해 중국 전역에 관련 대학과 학부를 새로 만들었다. 대학과 기업의 연합으로 전국 집적회로 산업 통합 혁신 플랫폼을 만들고 97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대만도 대학과 기업의 협력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다. 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를 설립해 4년 동안 1500억 원을 설계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해외인재를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인재유출을 두고는 다소 엇갈린 시선이 나왔다.

정덕균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 인력으로 10년 동안 12만7천 명이 필요한데 수급 가능한 인력은 5만 명에 그친다며 공격적 인재 양성 및 유출 방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교수 또한 소프트웨어가 개발 비중의 6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은 한국의 인력유출이 아직 걱정할 수준이 아니며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술 확보를 위해서 유학생을 위한 비자 설립, 한국인 유학생 쿼터 마련 등 미국과 활발한 인적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자 황철성 교수는 질의응답과정에서 “미국에 엔지니어가 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이지 장려해야 되는 일은 아니다”며 “학생들이 미국에 가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패권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호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전쟁이 30년 이상, 경우에 따라 100년까지 장기화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의 시장이 크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매복, 위장, 기만, 인해전술을 써가며 버티기 전략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장기 전쟁 속에서 필수의존성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이 해야 할 일”이라며 고성능메모리(HBM) 국내 생산을 사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을 설득하면서도 미국에만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중국 투자율 유지·확보 등의 전략을 통해 어느 나라도 한국이 필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한국의 잠재력을 고평가하고 이를 위해 투자와 정책을 통해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각국에서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고 있는 지금은 사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운영의 단계로 들어가면 결국 생산성이 가장 중요하게 될 것”이라며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국 땅에 공장이 많이 지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정부과 국민의 관심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양향자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반도체 관련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양 의원은 “대만의 예산 117조 원에 비해 우리는 630조 원인데 그 가운데 유연하게 쓸 수 있는 것은 30조 원”이라며 “고정예산 규모를 300조 원 정도로 하고 나머지 330조 원을 유연하게 위기 대응에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술은 편의를 낳지만 가장 좋은 기술은 자유를 낳는다고 했다”고 기술주권 확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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