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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부담에 물가안정 효과도 의문, 유류세 정책 '골든타임' 놓쳤나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04-20 14: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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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일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정책과 관련해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밀어붙였지만 세수 부족, 국가 에너지 정책과의 비일관성, 물가안정의 실질적 효력에 관한 의문 등이 잇따라 나오며 유류세 인하 정책 폐지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탄소배출 부담에 물가안정 효과도 의문, 유류세 정책 '골든타임' 놓쳤나
▲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밀어붙였지만 세수 부족, 국가 에너지 정책과의 비일관성, 물가안정의 실질적 효력에 관한 의문 등이 잇따라 나오며 유류세 인하 정책 폐지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1~4월 유류세 인하폭을 5월부터 8월까지 유지하기로 하면서 현재 에너지 가격 정책이 ‘물가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지된 인하폭은 휘발유가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가 37%다.

정부가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당초 3월21일 올해 2분기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폭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확정을 1차례 미룬 뒤 3월31일에도 다시 한 번 발표를 잠정 보류했다.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32조6천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과 8조6천억 원에 이르는 미수금을 점차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도 당초 2021년 11월부터 ‘한시적’이라는 단서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 정책을 정부가 계속 고수하자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우려가 높은 건 세수 부족 현상의 심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세 수입은 모두 54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천억 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교통세는 유류세 한시 인하 등에 따라 같은 기간 5천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 수입과 세외 수입, 기금 수입 등을 모두 합친 올해 1~2월 총 수입은 90조 원, 총 지출은 114조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도 24조6천억 원 적자로 지난해 1~2월보다 적자 폭이 9조5천억 원 커졌다.

정부도 세수 부족을 이유로 최근 유류세 인하 정책을 검토하면서 단계적 유류세 인하폭 축소, 유류세 인하 정책 폐기 등을 고려하기도 했다.

에너지 분야 한 전문가는 “가장 최근 시행됐던 2018년 유류세 인하 정책이 10개월가량 진행된 만큼 지금의 유류세 인하 정책도 언젠가는 끝나야 한다”며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수록 정부는 물가와 세수 부족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국가 에너지 정책과 상충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유류세 인하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석유 제품 사용을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계획’의 수송 분야의 세부 이행방안으로 2018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37.8% 줄이고 이를 위해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소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에너지 관련 비정부단체 E-컨슈머의 이서혜 대표는 3월31일 열린 ‘2022년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성과발표회’에서 토론자로 나서 “에너지 요금에 관한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하며 유류세를 사상 최대로 인하해주는 것은 방향성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9월 ‘2022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2021년 11월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정책의 축소를 권고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은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하고 기후변화 목표에도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탄소배출 부담에 물가안정 효과도 의문, 유류세 정책 '골든타임' 놓쳤나
서민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데에 유류세 인하가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에 관한 의문도 나온다.

OECD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 정책의 축소를 권고하는 다른 이유로 “유류세 인하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과 비교해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지출 중 교통 분야를 분석하면 유류세 인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

통계청이 올해 2월 내놓은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가구를 소득별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가장 소득이 많은 5분위의 소비지출에서 교통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5.0%로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의 6.7%보다 크게 높았다.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한 유류세 인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OECD의 지적을 뒷받침해주는 통계 자료다.

에너지 분야 다른 전문가는 “유류세 인하가 한시적으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이 지나치게 길어질수록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는 하반기에 물가가 잡히면 유류세 인하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5월부터 석유수출국기구 및 기타 산유국 모임(OPEC+)의 원유 감산이 예정되는 등 하반기에도 국제유가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처럼 하반기에도 물가가 하향안정화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이번 유류세 관련 결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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