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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민연금 넷제로 토론회, "연금 고갈 늦추려면 기후 주주활동 필요"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04-18 17: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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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민연금 넷제로 토론회, "연금 고갈 늦추려면 기후 주주활동 필요"
▲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 2040 넷제로(Net Zero) 달성 방안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은 국민연금이 넷제로 선언과 함께 적극적 기후 관련 주주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여섯째)와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왼쪽에서 다섯째) 등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은 넷제로를 선언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후 관련 주주활동에 나서야 한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 2040 넷제로(Net Zero) 달성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은 이렇게 모였다.

이날 토론회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주최로 국내 최대 공적 연기금(2023년 1월 기준 916조9천억 원)인 국민연금의 ‘넷제로 선언’을 포함한 기후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배희은 아시아기후변화투자그룹(AIGCC) 이사,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기후환경단체 플랜1.5의 윤세종 변호사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원종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 팀장,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패널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인공지능(AI) 기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 평가기관 후즈굿과 함께 국민연금 국내 주식 자산의 금융배출량이 2710만 톤 이상이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국내 기업 1168개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 312개에 한정한 것이다. 이런 조건 아래서도 국민연금의 금융배출량이 2021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4%에 육박했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이 투자, 대출, 보험 등의 금융자산을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간접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예를 들어 탄소 다배출기업에 투자를 많이하면 금융배출량은 증가한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민연금이 금융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넷제로 선언에 이은 적극적 기후 관련 주주활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정애 의원은 “국민연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을 하고 있다”며 “이 모든 자산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큰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말했다.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민연금도 조속히 넷제로 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 주주활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한 의원은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넷제로 연합체인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도 출범해 활동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한 한국을 위해 주주로 있는 기업에는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발제자로 나서 “2021년 전세계 금융 감독기관과 중앙은행 협의체인 녹색금융협의체(NGFS)도 기후변화가 실물경제를 거쳐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며 “금융권에서도 기후변화가 실제 리스크인 점에 이견은 없지만 국민연금의 대응 속도는 느린 편이다”고 말했다.

아직 넷제로 선언을 하지 않은 국민연금은 2021년 5월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석탄투자 제한 기준 등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가장 먼저 국민연금의 금융배출량이 정확히 얼마 인지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대부분의 민간 금융사가 탄소회계금융연합(PCAF)에 가입해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도 체계적 측정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기금이 늘어나는 시점인 2040년까지 더 지속가능한 가치를 보호하고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넷제로 선언 등 기후변화 대응은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연평균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 고갈 시점을 4년 늦출 수 있다는 집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3월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되면 출산율이나 경제전망이 좋아지더라도 2040년 기금 규모가 최대에 이르러 2056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제5차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넷제로 시점이 2050년이 아니라 2040년이 되어야 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김 연구원은 “다만 국민연금이 넷제로 등의 달성을 위해 특정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대폭 빼는 등의 대규모 포트폴리오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률을 위해 보다 적극적 주주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탁자책임활동 중점관리사안에 ‘기후변화 관련 위험관리’를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라며 “다만 국내 1천 개 이상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유니버셜오너(경제 전반에 밀접하게 연관된 투자자)인 만큼 앞으로 더 강하고 일관된 주주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세종 변호사는 주주활동을 강조하면서 해외 사례를 통해 기후 관련 주주제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윤 변호사는 “미국의 코스트코, 필립스, 엑손모빌, JP모건 등에서는 탄소중립의 목표를 채택하고 이행계획 공시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 관련 주주제안이 통과된 바 있다”며 “일본에서도 최근 파리협정 부합하는 경영 전략을 요구하는 기후 관련 주주제안이 활발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물론 일본의 기후 주주제안들은 모두 찬성률 35% 미만으로 통과되지 않았지만 30% 안팎의 찬성률은 기후 주주제안에서는 의미 있는 수치”라고 바라봤다.

현재 주주제안의 권리는 법 또는 정관에 따라 주어진다. 다만 상법상 주주제안의 범위가 인수합병,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에 한정돼있는 만큼 윤 변호사는 각 기업의 정관에서 기후 관련 주주제안이 가능해지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희은 이사도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국민연금의 넷제로 속도와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배 이사는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은 2004년부터 넷제로 계획 수립을 시작했을 만큼 넷제로 현실화에는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기업들에 넷제로 이행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들과 함께 전략 수행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넷제로 선언이나 주주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종현 위원은 “국민연금의 본질적 운용과 철학은 ‘수탁자책임’으로 기후변화를 포함한 ESG는 좋은 ‘툴’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며 “넷제로가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국민연금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본시장 전체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위원은 “비록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주요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10% 안팎의 지분을 고려하면 결국 소수주주의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내걸었던 의사결정에 국민연금이 반대했을 때 소위 승률이 극히 저조한 것에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국민연금의 핵심 리스크로 보고 주주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환경 이슈에 집착해 우리나라 기업이 취약한 부분이자 나머지 ESG 지표인 사회와 지배구조 분야의 부족함을 좋게 포장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된다”고 말했다.

손석호 팀장은 “해외 주요 연기금이 2050년을 넷제로 달성 시점 목표로 잡고 있는 것과 비교해 국민연금에 요구되는 2040년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기업들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기업들과 국민연금에만 책임을 넘겨서는 안되며 점진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한정애 의원은 국민연금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의 소극적 관행을 바꾸고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넷제로’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한 의원은 올해 1월 국민연금이 금융배출량을 장기적으로 ‘0’이 되는 목표로 운영하고 감축목표와 이행실적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국민연금 넷제로를 주제로 한 최초의 토론회이기도 하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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