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신 SK증권 대표이사가 10년째 임기 수행으로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반열에 오른 가운데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히 SK그룹과의 분리 이후 처음으로 상장 주관을 맡은 씨유박스 IPO(기업공개) 성공 여부가 올해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신 SK증권 대표(사진)이 10년째 임기를 최근 확정지은 가운데 올해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했다. 임기는 1년이다.
김 대표는 이로써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됐으나 SK증권의 최근 실적 악화를 개선해야 하는 임무도 계속 맡는다.
SK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79억 원, 순이익 86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64.8%, 79.2%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증권업계 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8곳 증권사 총 순이익의 감소 규모가 50.3%였던 점을 고려하면 SK증권의 실적 부진이 도드라진다는 평이 나온다.
SK증권은 IPO 시장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상장을 주관한 뒤론 IPO 주관에 참여한 건이 없다.
이에 6일 한국기업평가는 SK증권의 기업신용등급(A), 파생결합사채(A), 후순위사채(A-) 등급 전망을 모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1,2년 동안 관찰을 통해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대표 출신으로 SK증권의 대표를 맡은 2014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과도 적지 않다.
올해 김 대표는 우선 씨유박스 IPO 흥행에 집중하며 IPO 분야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씨유박스 상장 공동주관을 맡고 있다.
씨유박스는 AI(인공지능) 얼굴인식 사업을 하는 업체다. 씨유박스의 기술은 조만간 인천국제공항에서 지문 및 여권 대조 등 식별과정을 대체하게 될 정도로 우수하다.
현재는 정부와 공공기관 위주로 납품하고 있는데 향후 금융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SK증권은 이미 증권 업무에서 이미 씨유박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씨유박스는 기술특례로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으로 지난달 28일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일정에 들어갔다.
5월 2~3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9~10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거치는데 씨유박스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7200~2만3200원, 공모금 규모는 258억~348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씨유박스는 2021년 미국 국제표준기술연구소의 5개 글로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국제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유망한 기업이다.
따라서 SK증권이 씨유박스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해내면 IPO 분야에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는 대형 IPO가 없어 중소형 증권사들이 IPO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SK증권이 올해부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된 점도 기대감을 모은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선임된 전우종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의 한 축을 맡게 됐다.
올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 대표는 위기관리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전 대표는 2000년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합류한 뒤 리스크관리실장(CRO)을 지내는 등 위기관리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김 대표가 전문 분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채권 전문가로서 김 대표가 회사채 발행 주관 등 IB(투자은행) 시장에서 더 큰 역량을 펼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성과가 두드러지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분야를 통해서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SK증권은 지난해 약 반 년 간격으로 두 건의 스팩 상장을 성공시키는 ‘2연타’를 기록했다.
스팩 분야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상장된 8호스팩에 이어 이달 7일 9호스팩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는 등 스팩 역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