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발생한 국가안보실장 공백에 외교안보 라인이 연쇄 이동했다.
전문외교관으로 대미외교에 강점을 지닌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과 조현동 주미대사 내정자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끊이지 않는 외교 논란을 차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신임 조현동 주미대사 내정자(왼쪽)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논란을 차단할지 주목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와중에 외교·안보라인이 대거 교체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도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정상회담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치밀한 계획 없이 성공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태용 안보실장이 짧은 시일 내에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고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준비를 차질 없이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당시 외교실책 논란에 이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향한 비판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매끄럽게 마무리하고 성과를 내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조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출입기자들과 상견례를 열고 "지난 11개월 동안에 윤석열 정부 국정목표인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을 위한 주춧돌이 잘 놓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토대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 완성시키는 게 임무"라고 각오를 보였다.
그러면서 "안보실을 포함한 대통령실 전 구성원이 한마음, 원팀으로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30년 넘게 외교관으로 재직한 직업 외교관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외무고시 14회에 합격해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북미과장과 북미국 심의관, 북미국장 등을 거쳐 2005년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맡아 9.19 공동성명 채택에 기여했다.
박근혜 정부 때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냈으며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 주미대사로 임명돼 1년 가까이 활동했다.
현 정부 인사들 중에서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인사들과 가장 폭넓은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 내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2016년부터 2년 동안 북핵 카운터파트너로 일한 인연이 있어 친분이 두텁고 앞으로 카운터파트너가 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실장은 자타공인 '미국통'이자 '북핵통'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한·미동맹 및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하는데 김성한 전 실장의 공백을 빠르게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조 실장이 수장 교체에 따른 국가안보실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고개를 든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추진에 있어 '온건파'로 분류된 김성한 전 실장과 '강경파'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사이 불협화음이 있었는데 최근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태효 차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 김성한 전 실장이 물러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대일 외교 부분에서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일본과 우호 협력을 강조하는 김태효 차장의 영목소리는 당분간 움츠러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 실장이 주도권을 쥐고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는데 힘이 실릴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아직 김태효 차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최근 교체된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의 후임으로 이충면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소장이 내정됐는데 이충면 비서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김태효 차장과 함께 근무하는 등 김태효 라인으로 여겨진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정통 외교관 출신들이 일제히 지금 그만두고 있고 비외교관 라인들은 그대로 건재하다"며 "정통 외교관 라인들이 비외교관 라인들에게 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관 생활을 오래 했던 직업적 외교 라인들은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에 상당히 우려를 많이 표시했다고 들었다"며 "일본 측에서 언론플레이하는 것도 굉장히 모욕적인 데다가 결례고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뒤치다꺼리는 전부 외교부가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실무를 총괄하는 주미대사 자리는 빠르게 채워졌다.
조태용 실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주미대사에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내정됐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동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동 내정자 역시 '북미·북핵통'이라는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최적의 조합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현동 내정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외무고시 19회로 외교부에 입부해 미국 북미3과장, 북핵외교기획단장, 주 미국대사관 공사 등을 거쳤다.
조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때 이른바 '자주, 동맹파 파동'의 핵심 당사자다. 동맹파인 그는 노무현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한 이유로 좌천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부 기조실장에서 물러난 뒤 본부 대기로 있다가 퇴임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제1차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