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민연금특별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2년차 3대 개혁과제로 제시하며 의지를 보였지만 로드맵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다.
연금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부도, 국회도 쉽사리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민연금특별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본격적 논의가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의 기본 방향성을 틀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연금개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월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까지 올리는 것을 뼈대로 한 연금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부정적 여론이 떠올랐다.
그러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고 "15% 단계적 인상 방안은 정부안이 아니다"라며 "향후 국회 연금특위에서 개선 방안이 마련되면 해당 내용을 참고해 국민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이에 공을 넘겨받은 연금특위 여야 간사는 지난달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연금 수령 연령 등 연금체계의 여러 요소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 개혁안 4가지를 마련해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복수안을 받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연금개혁이 추진되지 못했다.
이번 정부는 국회에서 먼저 논의를 거쳐 의견을 제시하면 정부가 이를 토대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국회가 또다시 민간자문위원회로 책임을 떠넘긴 모양새가 됐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및 퇴직연금과 연계를 고려하고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쟁점이 다양하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구조개혁으로 연금개혁 논의 방향성을 전환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민간자문위원회는 구조개혁의 범위, 쟁점 등에 관한 구체적 토론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금개혁 일정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애초 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 초안을 1월 말 제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국회 연금특위에서 4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현재로선 민간자문위의 본격적 논의가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완료되는 이달 말에나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여야가 10월 발표될 정부 계획안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보내다 자칫 현 정부에서 연금개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프랑스 경찰이 3월19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 참가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가 나서서 연금개혁에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폭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과제 중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 노동개혁의 추진동력이 한 풀 꺾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연금개혁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게 되면 자칫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직접 비교를 하기는 힘들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다가 정치적 위기에 빠지는 모습은 연금개혁의 어려움을 시사한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은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고 연금 100% 수령을 위한 노동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받는 연금액은 같은 데 일은 더 하라는 것이다.
이에 반발해 프랑스 전역에서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고 교통, 에너지, 환경 미화 등 많은 노동조합이 대규모 파업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프랑스 의회 상원을 통과한 연금개혁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보이자 긴급사태 때 정부가 의회를 건너뛰고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활용해 하원 표결을 '패싱'했다.
그러자 야당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을 추진하고 프랑스 각지에서 열리는 대규모 시위 현장에선 '대통령 하야' 구호까지 터져 나오는 등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김남형 기자